 | | 서순복 품질자치주민자치시민들 대표회장 / 조선대 법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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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를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YMCA로 가기 위해 건너편 전일빌딩 245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5 18 기념재단에서 제작한 영상 자료 ‘공동체에 관한 그림책’을 보았다. 공동체는 햄버거, 공동체는 포도송이, 공동체는 꽃다발이라고 표현하는 비유가 마음에 쏙쏙 들어왔다. 영상자료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공동체는 가족이다. 매일 함께 있기 때문이야. 공동체는 피아노야. 피아노처럼 아름다운 소리가 나니까. 공동체는 마라탕이야. 여러 가지가 모여서 더 맛있어. 공동체는 밥알이야. 옹기종기 모여서 하나가 되기 때문이야. 공동체는 배드민턴이야. 친구와 가족과 함께 하면 재미있어. 공동체는 무지개야. 튀는 색깔도 품어줘. 공동체는 햄버거야. 함께 모여야 의미있는 하나가 되기에. 공동체는 개미야. 언제나 함께 협동하기 때문이야. 공동체는 배테리야. 서로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기 때문이야. 공동체는 김밥이야. 여러 재료가 들어가야 맛있어. 공동체는 지구야. 모두 함께 살아가니까. 공동체는 학교야. 아이들이 모여 있으니까. 이웃을 돌아볼 틈도 없이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공동체를 이렇게 쉽고도 정확하게 표현해내다니 감동이었다. 5 18의 공동체성을 당시 현장에서 어머니들이 시민군에게 나눠준 주먹밥이 상징적으로 나타내지 않은가.
필자가 섬기는 시민단체 ‘품자주자시민들’에서 잘 아는 분이 강사로 와서 손바닥으로 박수를 치면서 공동체의 원리를 터득하게 해주었다. 굳이 설명하자면 이렇다. 가장 단순한 규칙을 가지고, 하나둘셋넷 박자에 맞춰서 자기가 선택한 소리를 내게 되면, 그 소리를 잘 들어보면 전체가 만들어내는 리듬이 생긴다. 그 리듬은 내 것도 아니고 네 것도 아니고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지고, 그것이 계속 변화한다. 하나둘셋넷 하는 구령에서 청중들이 자기가 마음 속으로 생각한 박수를 치면 멋진 하모니가 된다. 원래 베이스드럼으로 박자를 쳐주면서 각자 자기가 내고싶은 소리를 내라고 하면 베이스드럼 위에 자기가 내는 소리가 섞여지면서 전체가 만들어내는 큰 리듬이 생기는 원리와 같다. 요령은 각자 하나둘셋넷 박자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고(두 개를 선택해도 상관없다), 거기에 소리의 높낮이를 선택할 수 있다. 박수칠 때 손 모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낮은 음과 중간 음과 높은 음을 기본으로 낼 수 있다. 각자 개인적으로 두 가지를 조합해서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숫자에서 소리를 낼 것인가와 소리의 종류를 높은 음 낮은 음 중 어떤 것을 할 것인가를 정한다. 다 같이 선택을 해서 박수를 치면서 소리를 내다보면, 전체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드러난다. 앞에 있는 사람은 하나둘셋넷 소리만 하고, 청중들은 자기가 임의로 선택한 번호에서 자기가 생각한 크기의 박수를 각자 치면, 그 때 소리를 들어보면 전체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드러난다. 이렇게 규칙에 기반해서 규칙에 위반하지 않는 소리를 각자가 내면 전체가 즐길 수 있는 소리가 저절로 만들어진다. 이것이 음악의 기본원리이다. 커뮤니티 드럼 서클에서 배운 원리를 가르켜 주었다. 각자 자기 개성을 발휘해 참여하고 자기가 내고 싶은 박수소리를 내면 전체로서 조화로운 소리가 된다. 이것이 공동체가 아닐까 싶다.
마을공동체는 마을 굿이 핵심이었다. 길 굿을 하면서 사람을 불러모으고,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마을에 계속 내려오는 풍물 공연을 하고, 집집마다 다 돌면서 안녕과 풍년을 기원했다. 풍물을 치기 위한 모든 과정 상황을 통틀어 마을 굿이라고 할 것이다. 마을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굿을 치면서 추렴도 했다. 그 핵심에 풍물굿이 있다. 현재 마을공동체의 열쇠는 마을굿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마을굿은 지금으로 보면 마을축제라고 할 수 있다. 풍물패를 잘 결합하고 요즘의 다른 문화들을 엮으면 현대 마을굿이 가능하고 마을축제의 전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칠석 고싸움 놀이의 핵심은 집집마다 지푸라기를 추렴하고 새끼를 꼬아서 고를 만드는 공동체성이 포인트다. 농사를 짓는 집에서 자기 몫의 짚을 내서 그것을 모아 큰 고를 만들고 풍년을 기원하면서 위용을 자랑하면서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 결코 고의 길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모든 마을사람들을 한명도 빠짐없이 서로 챙겨주고, 각자가 주인으로 참여하면서, 고 안에 내가 낸 지푸라기 들어가 있고 공동작업을 통해 고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자발성과 공동체성이 강화된다. 아파트가 밀집된 현대 도시의 풍경 속에서 어떻게 공동체성을 회복해갈지 고민을 하면서 풍물과 음악의 원리를 생각해본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