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임시주거시설 안전한가]<상>지역 실태 태풍 다가오는데…임시주거시설 장소 선정 ‘미흡’ 자연재해 끊임없이 증가하지만…믿고 찾은 대피소 안전 우려 침수취약지역·지하에 위치해 위험↑… ‘무용지물’ 법령까지 김다인 기자

2022년 09월 04일(일) 19:58

사진=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한반도 상륙이 예고되면서 광주 역시 재난·재해에서 예외일 수 없기에 ‘임시주거시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광주의 경우 장소 선정 등의 문제로 임시주거시설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실태, 전문가 제언 등을 통해 지역 임시주거시설을 돌아본다. /편집자 주

재난 발생 시 7만여명의 안전을 책임지는 임시주거시설이 침수취약지역이거나 지하에 위치하는 등 장소 선정에서 허점이 드러나 시민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또 장기 이재민을 대상으로 공공임대 주택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법령이 마련돼 있지만 확보된 재원이 없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4일 e-나라지표에 따르면 자연재난으로 인한 인명피해(사망·실종)는 2017년 7명에서 2018년 53명으로 가파르게 상승했고 2019년 48명, 2020년 75명 등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은 각종 재난으로 인해 주거 시설을 상실하거나 사실상 주거가 불가능한 경우 이재민 및 일시대피자의 임시 거주를 위해 제공되는 장소를 말한다.

광주 각 자치구에 따르면 광주에는 총 170개소의 임시주거시설이 설치돼 있다. 각 구별 동구 11개소, 서구 39개소, 남구 26개소, 북구 56개소, 광산구 38개소다.

임시주거시설 수용 인원으로는 동구 5천737명, 서구 2만1천304명, 남구 7천373명, 북구 1만8천135명, 광산구 2만580명으로 총 7만3천129명이다.

광주시가 올해 3월부터 약 한 달간 실시한 ‘하수시설물 합동점검 결과보고’에 따르면 침수취약지역 총 39개소 중 7곳이 재정비 대상으로 지적됐다.

재정비 대상으로 지적된 동구 무등초등학교는 임시주거시설로 지정돼 있다. 해당 초등학교 강당에는 391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침수취약지역인 탓에 물난리를 피해 이곳에 대피했을 경우 되려 침수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

또 임시주거시설이 지하에 설치된 경우도 있었다.

국민재난안전포털 등의 자료에 의하면 남구에는 방림1동 행정복지센터와 사직동 행정복지센터의 지하실이 임시주거시설로 지정됐다.

두 곳의 경우 지하에 위치해 호우 시 되려 피해야 할 장소로 취급된다. 또 두 곳 모두 내진 설계조차 돼 있지 않아 만약 지진 시 이곳으로 대피할 경우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방림1동의 경우 이곳이 유일한 임시주거시설인 탓에 가까운 방림2동의 시설을 이용해야 하지만 방림2동 역시 85명만을 수용할 수 있어 대규모 이동이 필요할 경우 방림1동 주민들은 오갈데 없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또, 이재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난 구호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시설이 확보되지 않아 이용하지 못해 ‘있으나 마나’한 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부분의 임시주거시설은 학교와 행정복지센터 등으로 마련돼 있다.

하지만 화장실 등을 포함해 생활 편의 공간이 수요에 맞게 마련돼 있지 않아 이용하기 어렵고 딱딱한 바닥과 공개적인 공간 등의 이유로 장기 거주는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이번 수도권 호우 피해 이재민의 경우 집 수리에 오랜 시간이 걸림에도 불구,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운 공간에서 수개월 가량 머물러야 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지적된 바 있다.

재난구호법에 따르면 이재민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임대주택 등을 6개월에서 1년까지 연장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광주시에 따르면 현재 당장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이용할 수 있도록 확보된 공공임대주택은 단 한 곳도 없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임대 주택 대기자가 많은 상황에서 재난을 대비해 일시적으로 공간을 비워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김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