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암미술관 내달 5일까지 ‘기록하고 기억하라’展 마주한 ‘그날’의 아픔…진한 울림을 담아내다 김서경·김운성·야지마 츠카사·하성흡 등 6명 작가 참여 역사적 사건·기록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메시지 전달 최명진 기자

2022년 09월 05일(월) 19:08

김서경·김운성作 ‘과거 오늘을 묻다’<은암미술관 제공>

그늘진 역사를 마주하며 이를 새롭게 기록해 의미 있는 울림을 주는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은암미술관은 오는 10월5일까지 기획초대전 ‘기록하고, 기억하라’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역사적 사실과 상처를 기록하는 작가들이 진실에 접근하고자 얽혀있는 실타래를 조심스레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먼저, 김서경·김운성 공동 조각가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독립운동가부터 시민운동가들의 존재를 입체 형상으로 제작해 한 장소에 모았다.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밝히는 과정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과거의 문제가 현재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일본인 작가 야지마 츠카사는 2003년부터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사진 촬영을 했다. 이번 전시는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인 ‘위안부’ 생존자들을 방문해 촬영한 사진들로 구성했다. 전쟁이 끝나고 해방을 맞은 후에도 귀국하지 못하고 현지에서 살아가다가 세상을 떠난 여성들을 만나고 생존자들의 초상화를 찍으며, 동시에 그녀들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이동환 작가는 구한말에 활동한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운동을 주도한 이회영을 중심으로 설립된 신흥무관학교와 나라를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의 흐름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일제강점기라는 큰 국가적 재난을 당한 특수한 시대를 목판화 연작으로 표현했다. 칼끝이 지나간 흔적은 그대로 남아 한번 새기면 다시 지울 수 없다. 작가는 이러한 제작 방식으로 암흑시기 역사적 사실과 상처를 목판에 새겨 넣었다.

이동환 作 ‘칼로 새긴 독립전쟁’ <은암미술관 제공>

독일에서 활동하는 작가 정영창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731부대가 비인간적인 인체실험을 통해 생물학무기를 개발한 것과 관련된 작품을 내보인다. 이미지로 드러낼 수 없는 상상 불가능한 사건의 역사를 작가는 그림을 통해 무자비하고 무의미하게 드러낸다. 그의 작품에는 전쟁과 집단살인에 반대하며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1980년 5월 광주, 그곳에 있었던 하성흡 작가는 몸소 겪은 역사적 기억을 재현해 수묵으로 서사를 그려낸다. 작가는 증인으로서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마음을 품고 그들의 넋을 위로한다. 또한 놀랍도록 세밀한 필치와 스케일이 큰 작업을 통해 우리의 기억에 각인되는 강렬한 역사적 사건을 작품 속에 투영해낸다.

하성흡 作 ‘김군’ <은암미술관 제공>

아울러 전시 기간 참여작가와의 대화(토크쇼)도 마련돼 있다. 오는 30일 오후 3시부터 은암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접수 등 자세한 문의는 전화(062-226-6677)로 가능하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