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우행(虎視牛行) / 여동구

2022년 09월 06일(화) 19:47

여동구 前 운남고등학교장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거실은 벼가 자라고 있는 논들과 마주하고 있다. 논에서 한창 자라고 있는 벼들을 언제든지 바라 볼 수가 있어 좋다. 모를 심고 나서 얼마 있지 않으면 밤마다 개구리들의 합창 소리가 들려 오곤 한다. 그 소리들이 너무 반갑다. 비가 오면 개구리들은 더욱 신이 나서 우렁차게 노래를 불러댄다. 그것도 낮에는 멈추고 밤이 되어서야 부른다. 개구리들이 밤을 어떻게 알까? 신기할 일이다. 그런데 벼가 어느 정도 자라면 개구리들은 일제히 소리를 멈춘다. 불러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꽃들도 마찬가지다. 피어야 할 때가 되면 정확하게 피고, 질 때가 되면 정확하게 진다. 그런데 우리 인간들은 왜 그것을 알지 못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을 하는 것일까…. 미워 하지 말자. 나무도 한정 없이 커가는 나무는 없다. 한라산 백록담 근처의 나무들은 오히려 더 키가 작다. 올라 갈수록 나무들은 더 작아진다. 현실의 정치를 두고 언론에서는 신·구 권력이 충돌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필자는 충돌이 아니고 조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국민을 더 행복하고 잘 살게 만들려는 신·구 권력의 조정기라고 말이다. 쪽방촌 할아버지들도, 폐휴지를 주우시며 하루하루를 살아 가시는 할머니들도 국민들이 부유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달라고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한 표를 행사했을 것이다. ‘잘 살게 해달라. 그게 정부다’라고 외친 목소리를 절대로 외면해서는 안된다. 만약 국회의원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세비를 받지 않아야 한다. 받았다면 국민을 위해 내놓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단 한 사람도 실천하는 국회의원도, 이를 지적하는 시민단체도 없다. 그러고도 여·야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오늘날 우리가 모바일 환경시대에 살다 보면 정보가 과잉되어 자칫하면 확증편향으로 흐르기 쉽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닿는 정보 중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기 쉽상이다. 그러다 보면 더 편향되고 더 확신이 굳어져서 편이 만들어 지고 갈라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일단 편이 갈라지면 우리 편은 팥을 쑤어도 메주가 되고, 상대편은 흰옷을 입어도 검게 보인다. 이해득실의 판단만 있을 뿐, 진실을 보려고 하는 노력은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상대가 아무리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도 조작이요, 거짓이라고 우기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와 생각이 다른 편이나 사람들을 미워하게 되고 증오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사를 판단할 때 확증편향의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정당하게 분노하고 증오할 일이 왜 없겠는가마는 내 자신 맹목적으로 분노하고 증오했던 일은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 확증편향은 결국 나한테까지 화가 미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구경’에 “증오를 품는 것은 벌겋게 달아오른 석탄을 집어 드는 것과 같아서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던진다 하더라도 내가 먼저 데이고 마는 것이다”라는 경구가 있다. 선전 선동의 천재 괴벨스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우리 모두 ‘지성주의자’가 되자고 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결정하거나 화를 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서 말을 해야 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지성인들의 자세인 것이다.

그것이 곧 나를 위하는 길이요, 우리 편을 위한 길이며,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을 위하는 길이다. 호랑이에 비추어 말한다면 ‘호시우행(虎視牛行)’으로 판단은 호랑이처럼 냉정하게, 행동은 소처럼 우직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