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복 검시관 “사건의 진실 밝혀 사망자 영면 돕겠다” <광주경찰청 1호 검시관> 오복 기자 |
| 2022년 09월 07일(수) 20: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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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47) 검시관은 2005년 특채로 광주경찰청 1호 검시관으로 임용돼 18년째 사건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는 간호사로 재직하던 중 광주경찰청 검시관 모집공고에 지원해 2005년 광주지역 1호 검시관이 됐다. 이는 보다 전문적인 수사를 위해 광주경찰청에서 처음으로 임명한 검시관이며, 여성검시관으로도 지역 최초다.
검시관은 이상사체의 사인을 판정하는 공무원으로 사망사건 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해 자살·재해사·중독사·행려병사·사고사 등을 경찰관과 함께 검시하고 그 사인을 판명하는 전문가다. 검시관의 판단 후 담당 형사, 국과수 등의 소견,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자의 사인 검사가 완료된다.
오 검시관은 과거 간호사로 재직하면서 응급실에서 사망·교통 손상 환자 등을 많이 접해 업무상 시신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큰 두려움은 없었다.
부임 후 맡은 첫 사건은 목포에서 일어난 여성 모텔 추락 사망사건이었다.
담당 형사는 사망자가 인터넷 조건 만남 등으로 만난 남성과 모텔 내부에서 다툼이 있었기 때문에 타살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제시했고, 오 검시관은 머리쪽 두개골 골절과 열창을 꼼꼼히 확인한 후 상처가 생긴 방향과 모양에 따라 추락 전의 상처가 아닌 추락 후에 발생한 상처로 판단했다.
범구에 의한 상처가 형성된 것인지에 중점을 두고 부검을 맡긴 결과, 오 검시관의 판단대로 추락 후 상처로 인정됐다. 또한 그는 신체적 특징 등을 꼼꼼히 파악해 피해자의 임신 가능성을 제기했고 피해자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도움이 됐다.
그는 1호 검시관으로 임명된 후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혔다.
현장에 파견된 오 검시관을 만나는 형사나 경찰 관계자들이 검시관이란 생소한 전문분야를 이해하지 못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이럴 때마다 그는 더욱 전문적이고 해박한 지식으로 사건을 헤쳐나갔다.
홀로 3년여를 광주·전남지역을 돌면서 검시해야 했지만 ‘진실을 밝혀 사망자에 대한 예우를 갖춰야 한다’는 신념으로 검시관 일에 매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신생아, 아이들, 청소년의 죽음을 마주할 때다.
오 검시관은 “모든 죽음에 숙연하고 가슴 아프지만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에 대한 갑작스러운 죽음은 애통하기 그지 없다”면서 “성적비관 사건 등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요새는 초등학생들도 자살하는 사건이 늘어 사회에 대한 원망도 생긴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18년차 베테랑이지만 유가족과 동조돼 함께 우는 일도 다반사다.
“그간 고생하셨습니다. 편안하게 가세요”라고 묵념하며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 않게 손을 잡아드리고, 아이들의 경우 한 번 더 쓰다듬어 주게 된다”는 그는 죽음 앞에 해줄 수 있는 일이 이것 뿐이라는 게 안타깝다고 말끝을 흐렸다.
광주에서 일어난 학동4구역 붕괴사건때는 절망적이었다.
사망자의 손상 정도가 심했고 어린 학생의 검시를 맡았을 때는 너무나 조심스러웠다.
현장으로 출동해 유족들에게 얼굴을 볼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야 했고, 손이라도 잡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
최대한 그분들이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할 수 있도록 손상을 최소화해봤지만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한없이 무너졌다.
오 검시관은 이럴 때마다 마음 동행센터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광주경찰청에서 운영하는 센터는 과학수사요원이나 검시관 등에게 주기적으로 고충을 토로하고 심신의 안정을 주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센터에서 도움을 받은 그는 유족들의 상처를 위로하고자 광주청 내에서 육성한 생명지킴이 교육을 수료하고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와더불어 오 검시관은 사건의 진실에 한걸음 다가가고자 CSI 연구회 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연구회는 과학수사 분야 연구활동 모임으로 현장에서 필요한 장비나 기법 등에 대한 연구실력을 인정받아 경찰청 우수학습 모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 검시관은 “고인을 한분 한분 모시면서 사건의 진실을 밝혀 영면하실 수 있도록 돕는 일에 감사함과 보람을 느낀다”면서 “예리한 현장감식 등 보다 전문적·과학적인 수사로 미제 사건이 발생하지 않고 마지막 길 편안하게 좋은 곳으로 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복 기자
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