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옥수 사진전 ‘얼굴과 동행’…특별한 휴머니즘 / 정서연

2022년 09월 07일(수) 21:11

정서연 이야기연 대표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흑백 사진이지만 오히려 컬러보다 더 많은 색으로 가득 차 있다. 흑백인데 흑백이 아닌 것 같다. 흑백을 뚫는 묵직함이랄까. 눈빛과 손끝, 태도에 영혼이 느껴진다. 얼굴 사진 경력 50년인 최옥수 작가가 지금껏 렌즈에 담은 얼굴만해도 3천여명에 이른다. 최작가의 사진이 남다른 까닭이다.

최옥수 사진전이 9월8일부터 11월13일까지 담양 대담미술관에서 열린다. 사진 속 주인공들은 평범한 이웃부터 화가, 교수, 문화기획자, 기업 대표까지 직업도 다양하다. 순간을 담은 이 사진전은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머물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얼굴과 동행’이다. 평범한 가족의 일상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편안하게 산책을 즐기는 가족, 각기 다른 곳을 응시하지만 자연스러운 어머니와 아들, 닮은 듯 닮지 않은 쌍둥이 형제. 각각의 사진을 보면 단순한 얼굴표정이 아닌 감정의 순간을 포착하여 포집된 표정에 ‘감정의 곡선’을 잘 드러내 보인다.

그의 작업방식은 꽤 독특하다. 인위적인 연출이나 플래시 등의 장비를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오히려 카메라와 인물에 집중한다. 직관적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본능적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마치 본질을 찾아 진정성을 담아내기 위한 일종의 군무다. ‘사진보다 삶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하며 인위성을 반대했던 포토저널리즘의 선구자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떠오른다. 사진을 예술의 반열에 올린 그는 대상이 행태적으로 완벽히 정돈되면서도 본질을 드러내는 순간에만 셔터를 눌렀다고 한다.

마스크를 벗고 우리 곁으로 다가온 흑백의 얼굴들. 펜데믹으로 일상이 단절된 상황에서 가족을 통해 마음의 거리를 좁히며 삶의 본질을 회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바람이 읽힌다. 최작가의 작품에서는 사람과 삶을 응시하는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찰나의 예술이다.

‘위기가 지속되면 일종의 생활양식이 된다’는 브루노 라투르의 말처럼, 우리는 지금 잠시 걸음을 멈추고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최작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코로나 이후 더 짙어진 개인주의와 각자도생의 삶에서 잃어버린 가치는 없는지. 이 전시에는 예술성뿐만 아니라 휴머니즘의 온기를 불어넣고 싶은 작가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한복을 입은 인물 사진과 다양한 소재의 설치 작업이다. 그는 내년에 우리 옷을 주제로 한복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에서 특별 코너로 선보였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사진 작업이 아닌 고증된 우리 옷의 기록과 다양한 소재를 접목시켜 사진예술의 영역을 한 차원 높이려는 시도이다. K-문화의 핵심 콘텐츠 가운데 하나인 한복 사진전을 통해 더 높게 비상하는 최작가의 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