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물가에…대목이어도 남는 게 없어요” 추석 앞둔 광주 말바우·양동시장 가보니 제수용품 마련 방문객 증가…비싼 가격에 지갑 ‘꽁꽁’ 상생카드 중단 한몫…상인들 “덤 주면 적자” 하소연 양시원 기자

2022년 09월 07일(수) 21:43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광주 북구 우산동 말바우시장이 명절 대목을 맞아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김애리 기자

“덤 달라는 말이 제일 난처해요. 인심이 사라진 게 아니라 더 얹어주면 진짜 밑지는 장사라….”

7일 오전 10시께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데다 장날까지 겹쳐 그야말로 발 딛을 틈 하나 없이 고객들로 장사진이 쳐졌다.

시장을 찾은 이들은 저마다 카트 하나씩을 대동한 채 발품을 팔며 제수 용품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막상 가격을 들은 이들의 상당수는 지갑 열기를 머뭇거렸다. 봄 가뭄과 여름 폭염 등으로 배추, 무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이미 치솟을 대로 치솟은 데다 최근 태풍 ‘힌남노’ 영향에 가격이 더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말바우시장에서는 무 1개가 최대 5천원에 팔렸다. 일주일 전(3천700원)에 비하면 35%, 1년 전(2천200원)에 비하면 127% 폭등한 가격이다.

배추 한 포기도 일주일 전(8천100원) 대비 35%, 1년 전(5천900원) 대비 86% 급등한 1만1천원에 거래됐다.

치솟은 물가에 상인과 고객 간 다툼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장의 후한 인심을 기대한 고객이 사과를 사며 하나를 더 담자 상인이 “안 판다”며 봉투를 낚아채 서로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소란이 일었다.

과일가게 주인 박모(53)씨는 “태풍으로 좋은 품질의 물건을 떼오는 것부터가 하늘의 별따기여서 작년에 비해 물건이 확연히 줄고 가격도 높아졌다”며 “시장 인심을 기대하는 이들 생각에 가격을 크게 올리지도 못 했는데 이런 것도 몰라주고 막무가내로 정 없다며 큰 소리를 치는 고객 때문에 난처하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날 양동건어물시장 상황도 비슷했다.

최근 과일값이 고공행진하자 선물 수요가 건어물에 몰렸으나 수온이 높아져 조업 부진으로 물량이 크게 줄어 물건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상인 이모(51)씨는 “2천개 수준의 물량을 소화한 지난 추석보다 올해 주문이 더 늘었음에도 구색을 맞출 제품이 없어 겨우 700개 물량을 확보했다”며 “지난해 2만5천원하던 멸치세트가 올해는 품질이 더 안 좋음에도 3만원을 훌쩍 넘겨 팔기도 민망하다”고 멋쩍어했다.

여기에 구매 금액의 10% 할인 혜택으로 지역 소비의 마중물 역할을 했던 지역화폐 ‘광주상생카드’의 사용 중단도 소비를 위축시켰으며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이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해 농축수산물 추석 성수품 20개 품목을 구입할 경우 20-30% 할인을 지원하는 할인쿠폰을 풀었지만 사실상 ‘빛 좋은 개살구’란 목소리가 높았다.

결제 시 자동으로 할인쿠폰이 적용되는 대형마트에 반해 전통시장에서 할인을 받으려면 비플제로페이앱에 들어가 ‘농할상품권’을 할인가에 구매해야 하며 사용처도 전국 상인연합회에서 지정한 시장 상점으로 한정돼 통상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고객층 대부분이 고령층임을 감안하면 사용이 번잡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처럼 ‘팍팍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추석이지만 이른 오전부터 전통시장을 찾아 제수용품을 마련한 이들의 얼굴은 홀가분해보였다.

시민 정모(73)씨는 “아침부터 발품을 판 덕에 비교적 저렴하게 제수용품을 마련한 편”이라며 “내년에는 좀 더 풍요롭고 행복한 추석 명절을 맞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고 말했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