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별이 된 별별 이야기 / 김용주

2022년 09월 12일(월) 19:13

김용주

하굣길에 가랑비가 소록소록 내리는 날
어디선가 날아와 길 복판에 앉은 낙엽
가만히 잡아 올려서 눈물 닦아 주었어요
책 속에 가만 넣어 잠들어라 닫아 놓고
노란 꿈 맘껏 꾸어라 토닥토닥 두드리며
별이 된 별별 이야기 밤새도록 들려줘요
(동시조집 ‘별이 된 별별 이야기’, 이미지북, 2022.)

[시의 눈]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릴케의 이 시구처럼 우린 여름을 기대했더랬지요. 하지만 여름은 위대하지 않았어요. 참으로 몰강스럽고 잔인하기만 했지요. 코로나역병에, 기후변화에, 한반도의 작은 땅에도 홍수와 가뭄은 극명했고, 멈추지 않은 생태파괴, 정치판 이전투구에, 그리고 이들의 종합판인지 태풍 ‘힌남도’가 우릴 강타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풍요를 기대하던 가을의 ‘가’자(字)조차 말하기 어렵습니다. 한데, 이 난장판 속에서도 어김없이 별은 아이들에게 찾아오지요. ‘하굣길’ 무심히 내린 ‘낙엽’이 참 곱습니다. 한 아이가 집어들어 먼지와 물기를 닦습니다. 그는 집에 와 동화책 갈피에 나뭇잎을 ‘가만 넣어’두지요. 이제, 낙엽은 밤이면 별, 별이 될 겝니다. ‘별이야기’는 자연을 파괴하고 결국 태풍을 불러온 어른이 들어야겠지만, 정치 어른들은 ‘시간없다’ 팽개칩니다. 그래도 아이와 나뭇잎과 별의 소통이 있어 지구가 굴러갑니다. 별별 세상에, 별난 사람들, 별별 이야기 그건 참으로 별처럼 많을 테지요. 나도 별꿈을 기대하며 이불을 당겨요. 김용주 시인은 경기 안성 출생으로 2009년 ‘시조세계’로 등단했고, 점자시조집 ‘본다, 물끄러미’(2018)를 냈습니다. 그는 자연의 뜻을 소쿠리에 담아내듯 따뜻한 동심의 상에 차려내는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