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었습니다”…추석 영락공원 추모객 행렬 3년만에 개방…발걸음 속 반가움·그리움 ‘물씬’ 제례실 개방 ‘아직’…다음 명절 함께하길 소원 안재영 기자

2022년 09월 12일(월) 19:45

추석 명절을 맞아 3년여 만에 개방된 광주 북구 영락공원 추모관에 성묘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안재영 기자

“손주들이 벌써 이렇게 컸당께라. 여보 많이 보고싶소.”

12일 오전 북구 효령동 영락공원.

이날 공원 일대엔 부슬비가 쉼 없이 내렸지만, 추모관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그칠 줄 몰랐다.

지난 3년여간 코로나19로 인해 방문이 제한됐던 영락공원이 개방돼 추모가 가능해져서다.

가족들과 함께 제2추모관에 들어간 추모객들은 곧장 각자의 부모님과 형제, 자매, 자녀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한 손에는 어린 손주의 고사리 같은 손을, 다른 한 손에는 흰 국화를 들고 봉안함 앞에 선 한 할머니는 잠든 남편에게 “잘 있었냐”며 안부를 물었다.

할머니는 이어 “당신이 있을 땐 말도 못했던 손주가 벌써 이렇게 컸다”며 “시간이 참 빠르다”고 읊조렸다.

한참동안 남편에게 말을 건내던 할머니는 이내 눈시울을 붉히며 “많이 보고싶다”고 울먹였다.

굳게 잠긴 제례실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드러내는 추모객들도 있었다.

고인이 생전 좋아했던 음식을 한보따리 들고 왔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밀집도가 높은 제례실은 폐쇄돼서다.

이 탓에 추모객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다음 명절에는 고인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음식을 나눌 수 있길 소원했다.

야외 묘역에서도 추모 행렬은 이어졌다.

추모관과 달리 야외에선 간소하게나마 상을 차리는 게 가능해서 추모객들은 준비해 온 음식과 술을 따르며 고인을 기렸다.

이후 비석 앞에 서서 기도나 절 등 각자의 방식으로 인사를 건냈다.

차례를 마친 추모객들은 함께 온 가족들과 음식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또 찾지 못한 동안 주변에 무성하게 자라버린 잡초를 뽑으며 죄송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비바람이 비석에 남긴 상처를 어루만지던 한 성묘객은 “너무 오랜만에 와서 죄송하네요”라며 “잘 찾지도 않은 아들을 너무 잘 돌봐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추모객 중 더러는 자리를 정돈하고도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이날 영락공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추석 명절에 제1·2 추모관이 개방해 가족 단위의 추모객이 크게 늘었다”며 “대략 15만명 정도 왔다 가신 걸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짧게는 10-20분, 길게는 1시간 정도의 만남이었지만 오랜만에 고인을 만나 추모객들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했다”며 “코로나19가 종식돼 아무런 제약 없이 떠나간 이를 마음껏 그리워 할 수 있으면 한다”고 소원했다.

한편,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추석 영락공원 성묘객은 31만7천668명을 기록했다. 추모관 폐쇄 이후인 지난 2020년엔 7만5천285명이, 2021년엔 8만8천607명이 발걸음 한 것으로 집계됐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