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의 문화살롱]“예술은 求道…자기 성찰 없는 저항은 방종” ‘특별한 한국화의 여인’ 김진희 화백

2022년 09월 14일(수) 22:20

작업실에서 작업 중인 김진희 화백.

예술의 매력은 마치 첫사랑과 같다. 얼마 전 그림 속의 한 여인과의 만남에 설렘을 가졌다. 매혹적인 자태와 알 수 없는 표정에 담은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 필자는 뚫어져라 작품 속 여인을 직시했다.

그림 속의 여인은 작가 자신이었다.

김진희 화백은 참을 수 없이 특별한 자신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 날아오르게 했다. 특별한 한국화의 여인을 만나본다.

‘김진희’라는 이름은 특별하다.

필자의 핸드폰 안에는 여러 김진희가 존재한다. 남성 성악가 테너 김진희 교수님, 소프라노, 방송작가, 방송 리포터, 친구 등등. 흔한 이름으로 치부될 수도 있는 자신의 이름에 대해 작가는 특별함을 부여하고 있다.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름이기에 많은 사람이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녀와 만나면 모든 것이 특별함이 되듯, 그녀의 작품 앞에서 나 역시 특별한 존재가 됐다.

김진희 화백의 작업실에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필자.

김진희 화백의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은 끝없는 자신을 향한 질문이며 작품을 제작할 때 그녀의 관심은 개인과 우주 사이의 관계라고 이야기한다.

‘존재하는 나는 과연 누구이며, 내가 여성으로서 존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나는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가?’ 자신을 향한 실존적 물음을 출발점으로 해 동양의 고대 철학인 음양론에 귀결된다고 말하고 있다. 여성이 가지는 숙명적 삶을 끌어안은 그녀의 화폭 안에는 자조하는 동양적 여성이기보다는 그것마저 승화시키려는 긍정적인 그녀의 시선을 볼 수 있다. 김진희 화백은 화려한 색채에 대하여 관객의 즉각적 유도를 끌어냄과 동시에 환상적이면서도 몽환적 세계 혹은 소녀에서 여인으로의 탈바꿈에 대한 환호와 축복을 이끌기 위함이라 말한다. 그리고 특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날아오르다’ 연작은 모시라는 전통 천에 오일을 사용해 한국화의 경계를 넘어선 한국적, 서양적 재료와 기법을 동시에 구사함으로써 하나의 고립된 장르를 넘어 새로운 지평, 보편성과 특수성을 담아내기 위한 변화와 모색을 지향하고 있음을 필역 했다.

그녀는 예술이란 ‘자기 성찰이 없는 저항은 방종’이라고 이야기한다. 성찰은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하지만 진정한 예술가는 이러한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예술가는 자신에게 이미 주어진 모든 질서를 거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예술에 대한 작금의 시대 정치와 돈의 갈고리에 엮여서 프로파간다의 용도로 사용되는 어용 예술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또한 그녀의 예술 창조에 대한 특별한 시선을 바라보자면 ‘질서’란 ‘창조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창조된 것’은 이미 낡은 질서이며 예술가는 오늘 아침에 이뤄 놓은 자신의 모든 창조행위조차도 부숴 버리고 오늘 밤엔 다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예술가는 날마다 저항해야 하고, 날마다 성찰해야 하고, 날마다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 그래서 예술적 창조의 작업은 날마다 혼돈의 문을 열어야 하는 일이더라 전한다.

김진희 화백은 시커먼 저 고통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야 ‘혼돈’의 문이 열리며 그 혼돈 속에서 새로운 질서의 형태를 찾아내는 것이 ‘창조’라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예술이란 시커먼 고통의 잿더미 위에서 한 가닥 가녀린 하얀 꽃, 순백하고 순결한 하얀 꽃을 피워 올리는 작업이며, 예술가는 ‘하얀 화판 안에서의 자유’를 얻기 위해 날마다 고통스러운 혼돈의 세계를 꿈꾼다고 전한다.

<최철·조선대 문화학과 초빙 교수>

진보적인 예술에 틀을 씌우고 예술이라는 멋들어진 의상을 입고자 하는 우리가 간혹 가지는 느슨해진 오류 생각에 대해 경고하는 그녀의 외침에 필자는 동감한다. 또한, 나아가 함께 옳지 못함에 뒤섞여 오류 시대를 만들려 하는 유혹에 자존심을 지키는 예술인 자신의 심오한 결기가 그녀에게 느껴진다. 오로지 이기적 모습에 사로잡혀 방종적 사고, 물질과 권력의 유혹에 빠져 혼돈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오류의 예술가들, 또 이들을 필요로 하는 프로파간다 세력들에게 뼈를 때리는 일침이며, 이 사회를 정화하고 활력을 넣어주는 긍정적 예술의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것 같다. 문화 광주 역시 보여주기식 문화 행정과 정책, 그리고 거기 동참하여 춤을 췄던 문화 매개의 실수를 인지해야만 한다. 이제 ‘팔거리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예술을 지켜봐 주고 응원하는 문화 정책이 우리 안에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예술가들 역시 창조라는 자기 성찰의 고통을 승화시키는 작품으로 광주를 감동을 줘야 한다. 이러한 광주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의 올바른 시선과 예술가들과 매개자, 그리고 정책 입안자의 창조적 힘찬 발걸음을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