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은행 열매 낙과 ‘인도는 전쟁터’ 무더위·태풍 힌남노 등 복합적 날씨 요인 영향 악취 진동 등 시민 불편 확산…내달께 수거작업 오복 기자

2022년 09월 14일(수) 23:11

해년마다 가을철에 잇따르는 악취의 주범 ‘은행나무 열매’ 가 차도와 인도 등 통행량이 많은 곳에 떨어지기 시작,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광주 남구의 한 버스승강장 인근에 떨어진 은행 열매./김애리 기자

‘가을 불청객’ 은행나무 열매의 때이른 낙과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각 자치구의 열매 조기 수거작업 일정은 평년 기준인 10월께로 잡혀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4일 오전 광주 남구 서동 대성초등학교 일대.

가로수 은행나무들 아래 인도에는 우수수 떨어진 은행 열매가 즐비했다. 좁은 인도 바깥쪽으로 밀어내져 있는 은행 열매들과 인도 한가운데 떨어진 열매들을 피해 보행자는 열매가 없는 쪽으로 듬성듬성 발을 딛고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유모차를 끌고 자녀를 배웅하던 학부모 박모(38)씨는 “조그만 길목에 은행이 사방에 흩어져 있어 어디로 지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은행이 한번 닿으면 냄새가 좀처럼 가시질 않고, 특히 아이 학교를 바래다 줘야 하는 학교 앞이라서 더욱 불편하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인근 초등학교 앞 버스정류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버스를 기다리던 최모(18)씨는 “버스가 도착하고 출발할 때 마다 은행열매가 계속 짓이겨 냄새가 고약하다”면서 “버스정류장은 지정된 장소로 계속 대기해야 하는 곳인데 은행의 역한 냄새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도 참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지역의 가로수 16만여그루 중 4만5천그루는 은행나무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30년 전 은행나무가 병충해에 강하고 생명력이 탁월, 대기오염 예방 효과도 뛰어나 주된 가로수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당시 기술로는 나무의 암·수 구분이 어려웠던 탓에 그때 심어진 나무가 아직까지 대체되지 않아 가을철만 되면 지독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가로수만 따로 옮겨 심는 작업 비용도 만만치 않아 열매를 털어내는 것 이외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광주 5개 자치구는 은행 열매가 떨어져 악취를 풍기기 전에 수거 완료를 목표로 각각 일정에 맞춰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지역의 상가나 학교를 중심으로 은행 열매 수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평년보다 보름께 이른 낙과로 인해 지자체의 조기 수거작업이 이뤄지지 못해 피해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유독 높았던 여름철 기온과 태풍 영향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올해 가을 은행나무 열매가 떨어지는 현상이 보름 가량 빨라진 것으로 풀이했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은행나무 등 과수가 조기에 열리고 떨어지는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올해는 특히 비가 많이 오고 예년과 다른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가 많이 오고 흐린 날이 계속되면서 나무 생장 상태 자체가 광합성을 많이 못하게 돼 열매에 생리적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최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많은 비를 내린 데다 강풍까지 불어 열매가 떨어질 시기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조기 낙과했을 가능성도 덧붙였다.

이에 자치구 관계자는 “열매가 땅에 떨어진 채 방치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자치구별로 진동기를 이용한 열매 수거 작업과 자치구 기동반이 수시로 낙과를 수거하고 있다”면서 “올해 은행나무 낙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10월께 예정된 조기 열매 수거 작업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고 밝혔다./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