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강운 作 ‘순수형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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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가(五友歌)는 윤선도가 56세 때, 유배생활을 마치고 해남에 은거할 무렵에 지은 작품이다. 다섯 가지 자연물인 물, 돌, 소나무, 대나무, 달을 벗으로 삼아 각각 그 특질을 들면서 인간이 지녀야할 덕성에 대응시키는 정신적 경지를 추구했다.
그렇다면 여수 장도 레지던스로 떠나는 지금까지 나의 작가생활 30여년의 벗은 무엇이던가? 물, 구름, 햇살, 공기, 마음. 칭하건데 오우화(五友畵)가 아닐까한다. 물이 변하여 공중에 떠다니는 구름을 그리다가, 해에서 나오는 빛줄기인 햇살과 공기의 움직임인 바람을 탐구했고, 지금은 마음을 통해 시상(視象)과 심상(心狀)으로 접근한 실재의 세계에 대해 궁구하고 있다. 오우화의 공통점은 모두가 고정된 형태를 지니지 않은 ‘물질’이지만 우리 주변에 언제나 존재하는 ‘에너지’다.
물질과 에너지는 한 쌍이며 언제라도 그리고 수시로 물질에서 에너지로, 에너지에서 물질로 변할 수 있다. 이런 깨달음에 다다르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는 사라진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만들고, 보이는 것이 사라지면 보이지 않는다 생각하지만 결론적으로 두 개는 물형만 달라 보일 뿐 동일한 것이다. 불교의 언어를 빌리자면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도 궁극적으로는 마음에서 행·불행도 느끼는 상태에 따라 달리보일 뿐이니 유무형에 대한 분별과 집착을 떠나 곧바로 그 실체를 꿰뚫어보라는 데 있는 것이다.
외부의 자연환경을 끌어들여 캔버스에 묘사하는 것은 화가의 선택이지만, 이후 외형을 버리고 내면의 본질에 다가서는 것도 화가의 몫이다. 이 모든 것들은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모두가 마음먹기에 따라 일어나므로 생각이 그림이 됐다. 창작의 고단함 속에 쉼이 예술이 되는 장도에서 나를 나답게 만드는 편견의 습에서 조금은 자유스러워졌으면 좋겠다.
<대인동에서 화가 강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