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공개 문화·국경 초월…전 지구적 가치 되새긴다 전세계 80여 명 작가 각국 역사와 문화 정체성 도모 전통의 재해석·디아스포라 등 동시대 담론의 장 마련 최명진 기자

2022년 09월 21일(수) 19:37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 참여작가 및 전시 세부 내용 등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숙경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왼쪽)과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전반적인 전시 윤곽이 공개됐다.

(재)광주비엔날레는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 참여작가 및 전시 세부 내용 등을 발표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근대주의, 서구 식민주의 관점의 기존 지식 체계를 벗어나 각국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참여 작가들은 과거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전통의 재해석, 저항과 연대 정신의 광주, 국제 이주와 디아스포라, 생태 환경의 정의에 대한 장엄한 서사를 풀어낸다.

연구와 협업을 기반으로 한 신규 커미션 작업들은 ‘축제와 나눔’의 개념을 중심으로 그 지역만의 문화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로 드러날 예정이다.

또 참여 작가의 절반에 해당하는 40명(팀) 이상의 신작들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등 광주비엔날레만의 강점을 살린다는 복안이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멕시코 시티 출신 작가 알리자 니센바움은 놀이패 신명과의 협업을 통해 초상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일본 작가 고이즈미 메이로는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영상 작품을 통해 한국 식민주의 역사와 세계사를 연결 짓는다.

레바논 출신으로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타렉 아투이는 전남 지역의 도자 및 악기 장인들과 함께 한국의 전통이 담긴 새로운 현대 악기를 제작해 선보인다.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순기 작가는 전남여고 학생들과 함께 하는 한국 여류 시인들의 시낭송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말레이시아 사바 지역의 콜렉티브 팡록 술랍은 광주의 맥락에서 목판화 매체를 탐구한다.

한국계 미국인 농인 작가 크리스틴 선킴은 간단한 손짓을 사용해 숫자 1부터 5까지를 수화로 표현한 여러 매체 작품을 선보이며 농인 사회의 소통 체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일본 훗카이도 지방 토착민인 아이누족 작가 마윤키키는 일본사회의 선입견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소수집단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선다.

영국 작고 작가인 킴림, 호주 토착민 지역사회 원로 작가인 베티 머플러 등 세계화 담론에 앞장선 작가들의 작품들도 재조명한다.

이들 작가를 비롯해 58명의 작가가 이날 먼저 발표됐으며, 80여명의 최종 작가 명단은 내년 초 공개될 예정이다.

또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관람객의 동선에도 변화를 준다.

기존 제1전시장부터 시작했던 역대 비엔날레 전시와 달리 천정이 비교적 낮은 제5전시장을 시작점으로 삼는다.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도입부에서부터 기념비적인 작업들을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전시장까지 관람객들은 자연스러운 동선에 따라 유연하고도 위력한 물의 속성을 체험한다.

본 전시장을 비롯해 국립광주박물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에서 유물, 자연채광을 활용한 전시를 펼쳐낼 계획이며, 소통의 폭을 넓히기 위해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전용웹사이트도 구축한다.

해외 미술 관람객들을 겨냥한 공공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오는 10월14일 주영한국문화원에서는 영국의 저명한 미술잡지 아트리뷰와 함께 예술감독·참여작가 대담회가 열리며, 비엔날레 개막 주간에는 ‘현대 테이트 리서치 센터 : 트랜스내셔널’과 함께 대규모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숙경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이질성과 모순을 수용하는 물의 속성에 주목해 인류가 직면한 현실과 전지구적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는 장이다”며 “다층적인 작가들과 함께 문화와 국경을 초월해 세계의 다양한 역사를 다루는 전시를 펼쳐낼 것이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