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으로부터 시작된 관계의 구조 25일까지 호랑가시나무 글라스폴리곤 최명진 기자

2022년 09월 22일(목) 16:54

대다수의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 혹은 타인으로부터 이름을 부여받고 그것으로 불린다.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한 노력은 많은 수의 동명이인과 이름의 유행을 만들어냈다. 한 공간에 이름이 같은 사람들이 모이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하며, 그들을 어떻게 구분해 불러야 하는지 난처해질 때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동명의 사람을 적합하게 구분해 부르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담긴 전시가 마련됐다.

오는 25일까지 광주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글라스폴리곤에서 열리는 ‘이름으로부터’전이다.

이번 전시는 광주문화재단 청년예술인 지원사업으로 양다솔 큐레이터가 기획하고 강지수, 나지수, 서지수 세 명의 동명이인 작가가 참여한다.

양 큐레이터는 동명의 작가를 서로 다른 성(姓)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닌 작가로서 이들이 선택한 것들로 불러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는 작가들이 선택한 방식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맺는 관계의 구조와 유사한 지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발견 과정을 담은 흐름은 작품과 함께 확인해 볼 수 있다.

강지수 작가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으로 감정의 진폭과 시간의 흐름을 담은 원형의 세포를 반복적으로 그려낸다. ‘성소, 서정의 자리’(2021), ‘나와 마주한 시간’(2021) 등 3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나지수 작가는 타인과의 관계 맺음 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현대사회의 모순을 인지하고 익명의 인간들을 묶는 작업을 한다. 그는 ‘Causality’(2017), ‘연결관계’(2016) 등 2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작업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서지수 작가는 온라인 공간과 모바일 기기가 생긴 이후 새롭게 출현한 디지털 이미지들에 주목한다. 디지털 이미지와 가상공간이 어떻게 인간과 인간의 삶에 개입하는지 사유한다. 작가는 pvc같은 투명 매체에 프린트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코딩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 저작권도 이름도 없는 얼굴 이미지로 기시감 같은 감정을 전시장 내에 구현해낸다.

전시를 기획한 양다솔 큐레이터는 “대부분의 전시가 기획자가 선정한 사회 문제, 환경 등의 주제에 부합하는 작가를 선정해 진행한다면 이번 전시는 작가의 이름으로부터 시작됐다”며 “전시를 실행하는 다양한 방법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