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공장서 문화예술 향유… 본연의 소리를 그려내다 김상연의 공장미술제 ‘검은 심장’展…내달 31일까지 첨단과학산단내 물류센터서 던지는 환경에 대한 질문 세제 용기 등 쓰레기 활용 자본주의시대 욕망·상실 전해 최명진 기자

2022년 09월 30일(금) 00:00

▶본 전시장 ‘우주를 유영하는 고래2’ 앞에 선 김상연 작가

“내 면에 있는 에너지는 강할수록 표출돼 살아 움직이잖아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심장’으로 표현했습니다.”
도심 속 물류창고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상연의 공장미술제 ‘검은 심장’전이 오는 10월31일까지 북구 첨단과학국가산업단지 내 물류센터(북구 첨단연신로 77번길 20)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광주시, 광주문화재단, (주)엠에스엘의 문화메세나 문화동행 광주 문화예술 기부금 매칭 사업 지원을 받아 마련됐다.

미술관이나 갤러리, 아트페어가 아닌 ‘공장’이라는 의외의 장소에서 열리는 전시로, 일반 시민들과 조금 더 편하게 소통하고자 하는 자리다.

김상연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공장은 물질을 생산하는 곳이지만, 생각지 못했던 장소에서 열리는 전시를 통해 자본주의 시대 물질의 생산과 그에 따른 정신적 상실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다양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그 가치가 사라진 뒤 쓰레기로 변하고, 이 쓰레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유하는 장이다”고 설명했다.

전시 공간은 ‘나는 너다’, ‘색즉시공’, ‘욕망의 오벨리스크’, ‘검은 심장’ 총 네 개 공간으로 구성됐다.

물류센터 내 다용도 휴식공간에 마련된 제1전시실 ‘나는 너다’에서는 350여점 그림으로 이뤄진 프로젝트형 작품 ‘나는 너다’를 만나볼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과 그의 평소 애장품 등이 어우러진 이미지 전개 작품이다.

“인물에 관련된 여러가지 이미지들을 나열하는 겁니다. ‘나’라는 존재는 꼭 내 자신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주변 사물이나 사람들, 환경의 영향을 받는 거잖아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하나의 존재를 이렇게 작품으로 나타냈습니다.”

실내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공간인 제2전시실에서는 미디어 작품 ‘생활지음-나를드립니다’와 설치 작품 ‘나는 너다’를 선보인다.

제3전시실인 물류센터 정원에는 대형 조형물인 ‘욕망의 오벨리스크’가 자리잡고 있다. 8m 높이의 거대한 조각물로, 스테인리스 철조망 안은 다 쓴 세제용기 등 각종 플라스틱 용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태양신을 상징하는 ‘오벨리스크’가 현대사회에 와선 물질에 대한 욕망으로 변모한 것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본 전시장인 제4전시실 ‘검은 심장’에서는 커다란 고래 모형의 작품 ‘우주를 유영하는 고래2’가 제일 먼저 눈길을 끈다.

플라스틱, 어망, 철근 등 환경오염의 주범인 쓰레기를 주재료로 태양열 라이트, 영상 작업을 함께 품고 있는 대형 고래 설치작품이다.

고래의 양쪽 눈을 구성하는 화면에는 유명 브랜드 로고들이 연달아 노출된다. 상품을 만들어내고 유통하는 기업들이 친환경적 디자인 구현을 위해 고민할 것을 당부한다.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다는 것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책무이기도 하죠. 물질을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공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제 그림이 조금이나마 파장을 일으키는 물결이 됐으면 좋겠어요.”/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