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헝거 게임 / 최연희

2022년 10월 03일(월) 19:39

최연희

물고 있는 사탕은 달지 않았다

혀의 애무로 딸기 맛과 딸기향을 느꼈고, 초콜릿 맛의 달콤함에 매료되어 납작하게 천정에 붙을 때까지 천천히 음미하기도 하고, 채워지지 않는 절실함에 넣자마자 와작와작 투두둑, 치아의 충격 따윈 상관없고 목구멍에 넘어가기 전 허겁지겁 또 하나의 사탕을 입에 넣기 바쁘다

고통을 달랠 여유가 없는 사람에겐 도저히 단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시집 ‘그림자 새’, 청어, 2022)


[시의 눈]

‘오다마’란 사탕이 있었지요. 굴리다 입천장이 벗겨졌지만 그래도 좋던 크고 동그란 사탕이었어요. 어른들은 이 사탕을 물고 십 리 갈 때까지 녹여 먹으라고 ‘십리사탕’이란 이름을 붙였지요. 어느 날 할머니는 마실 다녀와 괴춤에서 그 사탕을 꺼내 주었더랬어요. 장서방네 사위가 곡군 일을 하는데 모처럼 다니러와 그 이바지를 한 개씩 주었거든요. 할머니는 무슨 보물이듯 손수건으로 꼭꼭 싸 지녔다가 숟가락 귀퉁이로 깨서 제일 큰 조각을 손자 입에 물려주었지요. 속없는 손자는 궁해지면 늘 치마끈을 열어 봅니다. 그런 사탕, 오랜만에 먹습니다. 난 성질이 급해 음미하지 못하고 ‘와작와작’ 깨물어 먹습니다. 십리사탕을 삼 미터도 못가 절단내 삼키다 이빨이 부러진 일도 있습니다. 나처럼 ‘고통을 달랠 여유가 없는 사람’은 깨진 사탕처럼 다짜고짜 살아온 듯합니다. 포장지를 막 벗고 나온 알몸에 얼마든지 유혹당해도 좋을 그 순간, 어떤 친구는 월사금을 헐어 유리병 사탕을 사먹다 혼쭐난 일도 있지요. 오늘은 롤리팝 막대사탕을 물고 시절 흉내를 내 봅니다. 최연희 시인은 인천 출생으로 2010년 ‘시와수상문학’으로 나왔고 시집 ‘봉숭아 꽃물 들이고 싶다℡(2020), ‘레미파솔라’(2022) 등을 냈습니다. 그는 욕망에 젖은 일상에서 시처럼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람의 고향을 추렴해 내는 고봉밥 같은 시인이지요. <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