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자료 통해본 열악한 전남 의료 현실

2022년 10월 04일(화) 19:35

전국의 보건진료 전담공무원 1천847명(2021년 기준) 가운데 전남지역이 313명(17%)을 차지, 가장 많은 인력이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연속 최다 기록이다.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은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의사가 없는 곳에서 간호사·조산사가 진료행위를 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열악한 의료 실태를 잘 보여주는 셈이다. 전남에 유인도서가 산재한 탓으로 섬이나 인근에 근무하려는 의사를 찾기 힘들다는 분석이지만 지역 내 의사 인력을 양성할 수 없는 시스템의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도권에 의과대학이 집중돼 비수도권과 불균형이 심화되는 추세에 있고, 특히 전남에는 의대가 아예 없는 지역적 한계를 전문가들은 꼬집는다. 실제로 국내 의과대학 정원은 총 40개 학교 3천58명(2022학년도 기준)인데, 이 중 수도권(서울·경기)이 946명에 달한다. 최근 심각한 의사 부족을 겪는 지방들도 최소 1곳 이상의 의대가 있으나 전남은 그렇지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 목포)은 주민의 건강을 위해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이 헌신적으로 노력하지만 근본 해결책은 의사 인력 양성이라고 역설했다.

공중보건장학 제도라는 게 있다. 의사 또는 간호사 면허 취득 후 2-5년 지방 공공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일할 것을 조건으로 국가와 지자체가 장학금을 주는 사업이다. 그러나 2019-2022년 상반기까지 의대 모집 정원 80명 중 지원자는 42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장학금 중도 반환이나 자발적 취소 사례도 종종 나오고 있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은 떨어진다.

결국 전남지역 국립 의대 신설이 해법이다. 매우 시급하고 충분히 당위성을 갖는다. 정치권 및 의료계 등 이해관계에 따라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할 뿐이다. 전남도는 새정부 출범 등 대내외 여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유치 전담반(TF)을 기능 중심으로 개편,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김 의원은 의사면허 취득 후 특정 지역에서 10년 동안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 의사를 별도 선발하는 등의 대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방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더 외면해선 안 된다. ‘의료 취약지’의 암울한 현실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