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해양수산박물관 유치의 의미와 과제 / 윤태석 |
| 2022년 10월 04일(화) 19: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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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교부한 100원권 쿠폰으로 택시비를 내면 추가 요금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체계다. 이러듯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재화나 서비스를 가치재(價値財)라 한다. 대표적으로 의무 교육, 국방, 노인 돌봄서비스가 있으며 박물관도 이에 해당한다.
공동체의 역사 자료를 수집, 보존, 연구하고 전시와 교육을 기능으로 하는 박물관은 구성원이면 누구에게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을 뛰어넘는 공공재라는 의미다. 또한, 박물관은 인지도에 따라 지역사회에 커다란 외부편익(外部便益)을 제공한다.
각각 파리와 뉴욕의 이미지와 저변 경제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주는 루브르박물관과 구겐하임미술관은 대표적인 사례다. 지자체가 박물관 유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남은 16개 시·군에 걸쳐 전국 45%에 해당하는 6천800여 ㎞의 해안선을 접하고 있으며, 전국 47%의 어항 시설을 갖춘 해양과 수산의 중심지다. 따라서 해양수산박물관을 전남에 건립하겠다는 해수부의 방침은 대단히 바람직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해수부는 2024년 개관을 목표로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서해와 인천 해양을 특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볼 때 국립해양수산박물관을 남해안과 이 지역 수산·해양자료를 테마로 할 개연성은 분명하다.
한편 국제박물관협의회(ICOM)는 지난 8월 프라하세계박물관총회에서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박물관 정의를 공포했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지속가능성’과 ‘지역사회의 참여와 소통’이다. 이를 보더라도 유치로만 끝낼 일이 아니라 도민의 관점에서 개관 이후에 어떻게 항구적인 발전을 모색해야 할지에 방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립박물관은 국가가 만드는 그릇이다. 그러나 그 안에 담을 박물관 자료와 거기서 행할 활동은 지역사회와 함께여야 한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그릇 안에 무엇을 담고 버무려 지역발전에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지를 폭넓게 고민해야 한다. 유치에 뛰어든 지자체에는 이미 미술관, 향토관, 역사관, 문학관, 전시관 등의 이름으로 문만 열어놓고 무관심 속에 팽개쳐있는 박물관이 적지 않다.
더는 이런 박물관이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기존 국립박물관은 지역사회와 주민의 삶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이유와 정부의 직영으로 지자체와의 유대관계가 원활치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모처럼 찾아온 대규모 박물관 국책프로젝트를 잘살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업과 상생의 좋은 모델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남도와 지자체는 저변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하며, 박물관과의 협업체계를 갖춰 지역의 정체성이 가미된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등 실질적인 유치 효과를 지속해나가야 한다. 지자체와 협업해 국립광주박물관이 추진하고 있는 ‘남도문화전’ 시리즈와 나주시가 국립나주박물관과 함께 개최하고 있는 ‘대한민국 마한문화제’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관내 박물관들을 재점검하고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규모가 크다고 또 국립이라고 기능까지 활성화된다는 보장은 없다. 지자체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이 같은 박물관은 디지털 혁신과 4차 산업 기술 등의 접목으로 소장품의 질과 양, 박물관의 위치와 규모를 뛰어넘는 활성화는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있는 자원도 살리지 못하면서 유치에만 몰두하는 것은 명분도 공감도 얻을 수 없으며, 건립 이후의 미래도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