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마약중독 치료보호기관 ‘있으나 마나’ 치료 지정병상 최근 5년 이용 0명…전문인력 양성 시급 전국 치료보호기관 편중 심각…현실 반영 대책 마련 절실 오복 기자

2022년 10월 04일(화) 20:21

사진출처=아이클릭아트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광주·전남 마약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이 전문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최근 5년간 이용자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적으로 특정 치료보호기관의 편중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료보호실적 및 총병상수 등 마약류 사용문제 증가 현실을 반영한 종합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도봉갑)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아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연간 총 330건의 치료보호실적 중 206건(62%), 2018년 267건 중 136건(51%), 2019년 260건 중 126건(48%), 2020년 143건 중 71건(50%), 2021년 280건 중 164건(59%), 2022년 6월 현재 180건 중 109건(61%)이 단일 기관에 의한 실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올해 기준으로 전국에 21개의 치료보호기관이 있지만, 전체 치료보호 대상자의 평균 55% 이상을 한 기관에서 전담하는 셈이다.

반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되어온 전국 21곳의 기관 중 단 한 건의 치료실적도 없는 곳은 8곳에 달했다.

복지부가 지정한 광주 마약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은 광주시립정신병원으로 해마다 5개의 지정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병원에 마약중독자가 치료를 받은 기록은 2017년이 마지막이다.

광주시립정신병원에서는 2016년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의 의뢰를 받아 업소 종사자 여성 3명이 필로폰 투약에 의한 외래 통원치료를 받은 바 있다.

주로 법원과 검찰청의 마약류 관련 재판이 끝나고 치료 위탁 개념으로 인계해 치료하는 셈이다.

광주시립병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법원과 검찰청의 의뢰로 집행유예 등을 받은 환자들이 인계됐지만, 현재는 일절 요청이 없는 상태”라면서 “병원은 2017년 정신건강 복지법 시설 인력 등에 따라 병상이 줄고 있고 내년엔 298병상에서 198병상까지 줄어들기 때문에 담당 의사도 줄고 있는 현실”이라고 인력 부족과 치료 위탁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또한 “소아·청소년 전담 등이 이뤄지는 정신과 전문의가 있는 경우 조금 더 체계적인 관리가 되겠지만 현재는 이용자가 없는 상태에서 마약류 관련 프로그램 운영들은 실질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도 귀띔했다.

국립나주병원도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해마다 10개의 병상을 마약류 치료보호 지정 병상으로 지정했지만 최근 5년간 이용 실적은 0이다. 관련 프로그램도 전무하다.

이에 대해 국립나주병원 관계자는 “애초에 법원과 검찰을 연계해 치료 신청이 들어오는 경우가 최근 10년간 없었고, 본인이 치료를 원하는 경우도 없어 이용자가 없다”면서 “이용자가 없는 상황에서 치료 프로그램 등을 개설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광주·전남에서는 이용자가 전무한 상태지만 현재 해당 사업의 규정과 지침은 관내 지역주민이 타 시·도의 치료보호기관 이용 시에도 지원 가능토록 하고 있어 편중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대로라면 대상자는 주소지와 관계없이 원하는 치료보호기관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

2017년 대비 2021년도의 치료보호기관에 대한 예산지원액은 1억2천590만원에서 3억1천590만원으로 늘어나 약 295%로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마약류 중독자 치료를 위해서는 정신의학전문의를 통한 집중치료가 필수적인 것은 물론 많은 인적·물적 자원이 소요되는데 비해 현실적으로 이를 감당하기 힘들다기 때문에 편중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마약류 중독자 치료는 타 정신질환 대비 치료난이도 및 환자안전관리의 문제가 높은 반면,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환자 진료비 외 별도 인센티브가 없어 마약류 중독 치료를 기피하고 있고, 국립정신병원도 별도의 예산지원이 없어 제한된 예산 내 타 질환 환자 치료보다 마약류 중독치료를 우선시하기 어려우며,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인재근 의원은 “마약류로 인한 사회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역량 미달로 인한 특정 치료보호기관의 치료보호 대상자 편중 문제를 비롯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치료보호 실태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며 “복지부는 전문인력 개발 등 이미 진행한 연구용역 등을 바탕으로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 지원을 위한 종합대책을 하루빨리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편, 마약류 사용 범죄 등 관련 사회현상의 추세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이후 치료보호기관의 치료보호실적은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전체 치료보호기관의 총 병상 숫자는 2017년 330개에서 다음해 414개로 늘었지만 2019년에는 300개, 2021년과 2022년에는 292개로 감소해 마약류 사용문제 증가라는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