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산 정재석·이완 2인전 ‘금시조’, 16일까지 아산조방원미술관 경계 허문 ‘점·선’…생동하는 墨香의 품격 기존 문자 재해석, 변하지 않는 오래된 가치 성찰 최명진 기자

2022년 10월 05일(수) 19:22

정재석 ‘금시벽해’ <아산조방원미술관 제공>

이완 ‘i’ <아산조방원미술관 제공>

시각예술이 범람하는 현대사회 속 고유의 전통을 계승한 서예의 확장과 새로운 시도, 자유로운 발상을 통한 실험과 도전을 만끽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아산조방원미술관은 오는 16일까지 후산 정재석과 이완 작가 서예 2인전 ‘금시조’를 개최한다.

전시 제목인 ‘금시조’는 동양에서 예술의 본질을 은유하는 데 사용되는 불교용어다. 그림이나 글에 있어 최고의 경지를 의미하고, 서화인들의 최종 목표지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두 젊은 서예가 후산 정재석과 이완 작가를 초청, 생동하는 점과 선들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아름다움과 품격의 향취를 경험할 수 있는 서예 작품 44점을 선보인다.

후산 정재석은 고(故) 학정 이돈흥 선생의 제자로 남도 동국진체의 서맥을 잇고 있는 젊은 서예가다. 그의 동국진체에서는 전통미와 전통을 기반으로 시대를 아우르는 확장을 경험할 수 있다. 동국진체가 가진 태생적 성격처럼 후산의 작품은 전통을 통한 새로움을 낳고 있다.

이완은 한글서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식의 실험을 하면서 현대서법을 탐구하는 작가다.

그의 글씨는 삐뚤빼뚤 장난스럽지만 화선지 위 글자의 조합과 구성이 조화롭다. 그의 붓끝이 완성한 선에서는 모든 기교를 거둬내고 본질을 향한 원초적이면서 순수한 우직함을 느낄 수 있다.

또 그는 새로움의 도전과 전통의 확장을 위해 한글뿐 아니라 알파벳을 서예로 옮긴다.

이렇듯 동국진체의 전통을 이어가는 후산 정재석과 자신만의 서법으로 현대서예를 보여주는 이완은 서로 매우 다른 듯하지만 닮은 구석도 많다.

서예는 기본적으로 전통에 기반하거나 현대적 서법으로 나아가더라도 자신의 정신과 기운을 불어넣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반드시 긴 수련을 거쳐야 한다. 마음과 정신을 담고 있는 서예술은 인간과 글씨를 동일시하는 사고를 계승한다.

이는 전통서예나 현대서예나 별반 다르지 않다. 두 작가가 보여주는 작품에는 그 획이 가진 기운과 묵직한 힘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두 작가의 서예세계는 시각예술의 다변화와 감각의 홍수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변하지 않는 오래된 가치를 되새기게끔 한다.

긋기와 그리기의 경계를 허물고 기존의 문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읽는 서예가 아닌 보는 서예로 관람객들을 초대한다.

김효경 학예연구실장은 “현대미술과 서예 사이의 감각적인 소통이 더 많이 이뤄지고 그러한 접변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어울리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서예가 품고 있는 오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두 서예가들의 모습은 기쁨 그 이상의 고통을 동반한 숭고함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감동으로 전달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