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의 한글 창제의 역사 / 윤은상 |
| 2022년 10월 05일(수) 1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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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방영됐던 사극 ‘태조 이방원’은 색다른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리민족의 오천년 역사 가운데 가장 큰 치세는 한글창제라고 생각한다. 이방원이 이복동생인 세자(방석)를 죽이고 무력으로 왕권을 차지하지 않았다면 과연 한글이 창제될 수 있었을까? 가정해 보았다. 태조가 역성혁명을 통해 조선을 창업하고 이방원이 무력으로 왕권을 계승하고 태종의 삼남인 세종(이도)이 당시 세자인 양령을 대신해 왕위에 오른 것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그러나 역사는 비정상적인 과정을 통해서 때로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며 우리민족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군권을 쥐고 있는 태종이 모든 악역을 도맡으며 세종의 치세를 평탄케 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세종의 치세 중에 가장 뛰어난 것은 한글 창제이다. 세계의 언어학자들은 한글을 ‘신비한 문자’라고 극찬하면서 그 우수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읽고 쓸 수 있는 글이라는 점 때문이다.
한글은 과학적인 글로서 세계에서도 가장 인정받고 있으며 많은 나라의 공용어로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요즘의 스마폰 시대에서 가장 각광받은 언어가 됐다. 한글이 창제되지 않았다면 당시 일반 민중들은 문맹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세종의 집현전을 통해 선발된 최고의 석학들이 한글창제의 기초를 마련해 줬다. 신숙주와 성삼문은 명나라 언어학자 황찬을 만나기 위해 요동을 여럿차례 다녀온다.
백성을 위한 세종의 마음이 결국 훈민정음으로 나타났다. 훈민정음을 풀이하면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고 했다. 백성들에게 쉽게 읽고 쓸 수 있는 바른 소리가 필요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깊은 뜻이 신기한 한글 창제의 원리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 때, 소리를 내는 원리와 자연의 형태를 이용해서 기본 글자를 만들었다.
훈민정음의 기본자음 ‘ㄱㄴㅁㅅㅇ’은 소리를 낼 때 입안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 따서 만들었고, 발음기관에 숨이 닿으면서 나는 소리라 해서 자음을 ‘닿소리’라고 했다. 기본 모음은 하늘, 땅, 사람을 뜻하는‘ · ㅡ l ’에서 따 왔다. 자음과 달리 숨이 발음기관에 닿지 않고 홀로 나는 소리라 해서, 모음을 ‘홀소리’라고 부른다.
훈민정음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본글자 8개에 획을 더해 28자를 만든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합칠 때 규칙이 있다. 소에서 초성 ㅅ을 제자리에 두고 모음 ‘ ㅗ’ 만 90도씩 돌리면 ‘소, 사, 수 ,서’ 가 만들어지는 쉬운 원리를 가지고 있다.
당시 상류층은 한문을 사용했기에 세종대왕은 신하들의 반대를 예상하고 첩보 작전을 펼치듯 비밀리에 한글을 완성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세종 서문과 집현전 학자 정인지의 서문에서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역사는 시대와 인물이 함께 어울러 연출하는 한편의 연극이다. 이 연극에는 대본이 미리 주어지지 않는다. 시대는 인물에게 선택을 요구하고 있으며 역사는 그 선택에 따른 기록인 것이다. 역사 속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선택은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인물들의 몫이다. 한극창제의 역사도 세종에 의해서 필연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세종대왕이야 말로 위대한 역사의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