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인데 위기감이 없다면 본사 부회장

2022년 10월 05일(수) 19:40

이러다 제2의 IMF가 오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된다. 지난달 한국의 무역수지가 37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적자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받은 최악의 성적표다.

연속 적자의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 수입액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달 원유, 가스, 석탄 수입액은 18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81%나 증가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원화 가치 하락이 겹치며 수입액 증가폭을 커진 것이다. 지난달까지 연간 누적 적자는 288억7,600만 달러로 이미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연간 최대적자 기록을 훌쩍 넘겼다.

게다가 한국경제를 받쳐온 반도체 수출이 2개월 연속 하락했다. 반도체 최대 수요처인 IT 제품 판매가 줄어들고 낸드플래시와 D램 가격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런 부진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고물가·고유가·고환율 행진에다 무역적자 확대, 금융시장 불안, 글로벌 주요 산업 지형의 변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온갖 악재가 다 물려있는 상황이다. 대내외 경제상황 악화에 물가와 금리는 치솟고 주가는 폭락하면서 서민 가계의 고통은 매일매일 늘어나고 있다.

이미 적자인 재정과 경상수지 적자가 겹치는 ‘쌍둥이 적자’ 위험이 현실화되면 회복할 수 없는 위기가 닥칠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높은 환율이 더 치솟고 국가신용등급은 떨어지며, 외국인은 자금을 빼가고 외환보유액마저 부족해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번진다면 다시 외환위기나 금융위기가 닥칠지도 모른다.

이렇게까지 위기가 오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뭘 하고 있나. 기업과 가계 모두 당장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하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문제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무역적자는 내년에도 개선될 여지가 없다. 외부로만 화살을 돌리고 안일한 자세로 주춤거리다가는 순식간에 달러 유동성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 지금의 무역수지 적자는 수입 물가 상승과 해외 시장의 수요 부진이 원인이라 단기간내 회복되기 힘들다는 점이 난제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26일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급락으로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가 너무 느슨한 대처를 하고 있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연간 경상수지는 흑자가 날 것으로 보여 경제위기가 아니라는게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위기의 파도를 직접 맞지 않기 위해서는 위기가 감지됐을때위기 관리를 서둘러야 한다. 경제 컨트롤타워에서 위급한 상황 인식을 먼저 해야 하고 긴장감을 갖고 대책을 강구해야 위기가 비켜갈 수 있다. 고강도 외환시장 개입, 금융안정기금 투입 등 강력한 대응으로 시장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 대내외적 악재가 산적해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수출 여건 개선을 위한 규제 개혁, 환율안정 정책 등 특단의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더군다나 10월부터 가스요금이 가구당 평균 월 5400원, 전기요금은 2270원 올랐다. 12월부터는 택시요금 인상도 예고돼 있다. 공공요금 인상은 당연히 5∼6%대 고공행진 중인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국민들의 물가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환율이 급등해 인플레이션 위험이 다시 커진 상황에 공공요금까지 올라가면 민생은 그만큼 고통스러워진다.

4일 시작되는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이런 경제 물가 위기를 살펴봐야 한다. 정쟁으로 뒤덮을 것이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힘든 경제위기 타계책을 머리 맞대고 의논해야 한다.

통일외교통상위, 운영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교육위, 법제사법위, 행정안전위, 국토교통위 등에 정쟁 이슈들이 걸려 있지만 날로 치솟는 환율과 물가 등 세계적 경제위기가 시시각각 고조되는 상황도 잘 점검해봐야 한다. 가계부채 대응과 취약층 생계 지원,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얼마나 되고 있는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국민은 불안하다. 여야 모두 여론을 직시하고 시급한 현안과 민생 먼저 챙겨야 한다. 위기를 대비하지 못해 국민을 위기에 빠뜨린다면 국민은 정치권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위기 때는 위기의 파고를 넘는 국감을 해야 한다. 정책 국감, 민생 국감을 잘하다 보면 위기의 해법이 생길 것이다. 제2의 외환위기 공포가 커지고 있는 민생현장을 보라.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현상의 장기화로 민생이 갈수록 피폐해져 가고 있는 국민을 보라.

대통령, 국회, 정당, 국회의원 모두 국민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행정부와 국회가 가장 가깝게 만나는 국감을 계기로 경제위기상황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놓고 그 해결책도 함께 논의해보는 국감장이 되길 바란다. 당리당략을 앞세워 정쟁국감을 하더라도 ‘경제위기극복’ 키워드만은 살려서 꼭 성과를 내기 바란다.

정치권은 제발 국민의 눈을 보라. 불안감과 위기감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국민의 마음 헤아린다면 고금리, 고물가, 주가 폭락, 환율 급등 등 경제 상황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정부는 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정부 각료들은 국민을 살피기 위해 행정을 한다. 복합 위기에 처한 서민들의 고통을 외면 말라. 다시 한번 고삐를 죄고 총력 경주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