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본 적도 없어요” 유명무실한 ‘하준이법’ [하준이법 시행 2년 현주소](상)운전자 의무사항 ‘있으나 마나’ 고임목 설치·조향장치 돌려놓기 의무 미이행 여전 도로교통법 34조 3항 안전조치 ‘모른다’ 반응 태반 ‘사이드 브레이크’ 만으론 역부족…홍보 대책 절실 안재영 기자

2022년 10월 05일(수) 20:14

경사로 주차 안전조치 미흡 여전 경사로 미끄러짐 사고를 막기 위한 ‘하준이법’ 시행이 2년이 훌쩍 지났지만, 주차된 차량들은 고임목이나 핸들 방향의 도로가장자리 위치 등의 안전조치는 찾아볼수 없다. 사진은 광주 남구의 한 경사로에 주차된 차량들./김애리 기자

2017년 경기도 과천에서 경사진 주차장에 세워진 차가 미끄러지는 사고로 고(故) 최하준군이 사망했다. 사고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도로교통법과 주차장법엔 운전자·관리자 의무사항이 담겼고 2020년 6월25일 시행됐다. 그러나 ‘하준이법’ 시행 2년이 지났음에도 제도는 정착되지 않고 있어 현 실태와 개선 방향 등을 3차례에 걸쳐 보도한다./편집자 註

최하준군 사고 이후 미끄럼 사고를 막기 위한 첫 조치로 ‘운전자 의무사항’이 담긴 도로교통법 제34조의 3항이 2018년 3월27일 신설돼 같은 해 9월28일 시행됐다. 그러나 운전자 의무사항을 지키기는 커녕, 인지하고 있는 운전자조차 드문 것으로 나타나 인식 향상과 조치 이행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

도로교통법 제34조의 3항에 따르면 경사진 곳에 정차하거나 주차(도로 외의 경사진 곳에서 정차하거나 주차하는 경우도 포함)하려는 자동차의 운전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임목을 설치하거나 조향장치(핸들)를 도로 가장자리 방향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광주시내 경사로 곳곳에서 해당 조항들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5일 오전 광주공원 인근 경사진 도로(중앙로107번길) 한쪽에는 여러 대의 주·정차 차량이 있었지만 고임목은 단 한 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핸들이 도로의 가장자리 방향으로 돌아간 차량 역시 없어 제동장치가 풀릴 경우 경사로를 따라 미끄러질 위험이 큰 상황이었다.

인근 서오층석탑3길의 상황도 마찬가지. 경사로를 따라 차량 10여대가 주차돼 있었지만 도로교통법 제34조의 3항을 준수한 운전자는 전무했다.

자칫 차량 미끄러짐 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게다가 광주공원 일대는 늦은 오후가 되면 중앙로107번길과 서오층석탑3길을 따라 ‘노상 포차(광주공원 포차)’가 운영되는 곳이어서 차량이 미끄러지면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곳에 주차한 운전자 대부분 ‘하준이법’을 인지하지 못했고 안전조치 없이 차를 세워둔 것에 ‘문제없지 않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 시민은 “경사진 곳에 차를 두면 고임목을 해야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핸들을 도로 가장자리 방향으로 돌려놔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른 시민도 “그런 조치(도로교통법 제34조의 3항)가 있다는 것은 들어본 것 같지만 해본 적은 없다”며 “사이드 브레이크만 채워두면 괜찮은 거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렇듯 ‘운전자 의무사항’이 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이를 지켜야 하는 운전자들의 인식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면서 도로교통법 제34조의 3항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사이드 브레이크’ 만으로는 결코 안심할 수 없는 만큼 추가 안전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사진 곳에 주차할 때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워 두더라도 자동차 바퀴를 받쳐주는 고임목 등의 설비가 없으면 장비에 무리가 가 고정하는 힘이 약해진다”며 “사고를 예방하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오래 쓰기 위해서라도 고임목을 두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도 “하준이법은 주차장 뿐만 아니라, 일반 도로 위에 잠깐 주·정차하는 경우에도 적용돼 운전자 스스로 고임목을 지참·설치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건 사고 예방을 위해 운전자가 안전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도로교통법 제34조의 3항에 따른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운전자는 3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