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문화 격차 해소 노력 ‘헛구호’ 문화시설 접근성·예술활동 격차 등 오히려 심화 콘텐츠산업 등 민간분야 투자 수도권 90% 집중 이개호 “문화예술분야 지방소멸대책 재검토 필요” 김진수 기자

2022년 10월 05일(수) 20:15

논의하는 문화체육관광위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홍익표 위원장이 이용호 국민의힘 간사 등과 대화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지방소멸을 방지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문화격차 해소가 시급하다는 국민적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의 문화격차 해소 노력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화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민간기업 투자 또한 지방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거나 수도권 집중 현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개호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은 5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문화예술 분야는 국토균형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 간 문화 격차를 심화시켜 지방소멸문제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문화격차 해소를 통한 지방소멸 대응방안 보완을 촉구했다.

특히 이 의원은 “전남 청년들은 ‘전남을 떠나고 싶은 주된 이유’에 대해 ‘더 나은 일자리’와 ‘더 나은 문화·여가생활 부족’을 주로 꼽고 있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 격차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 이 의원이 분석해 공개한 ‘2021 전국 문화기반시설총람’에 따르면 전국 3천87개 문화 기반시설 중 36.2%인 1천118곳이 수도권에 분포하고 있어 문화 기반시설의 수도권 편중이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간한 ‘2021 문예연감’(2020년 기준)에 따르면 ▲시각예술·공연예술 분야 1만5천468건의 공연·전시회 등 문화예술 활동 중 50%인 7천730건이 수도권에서 이뤄졌으며 ▲인구 10만명 당 문화예술 활동 건수 역시 서울이 57.3건으로 가장 높아 전체 평균 29.8건의 1.92배, 전남 23.2건의 2.47배로 문화시설에 이어 공연 전시회 등 문화예술활동 역시 지역 간 격차가 심각했다.

문화시설 접근성 또한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의 ‘2020 국토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문화공연시설이 2.08㎞ 주변에 있는 반면, 광주는 5.91㎞, 전남은 10.21㎞로 분석됐다. 문화를 향유하고 싶어도 거리 상의 문제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문화격차 해소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은 곳곳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2006년부터 문화산업 분야 투자를 위해 ‘모태펀드 문화계정’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1조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수도권 비중이 89%에 달하고, 나머지 지역은 10%에 불과했다.

최근 5년 간 모태펀드 문화계정의 경우 광주는 그나마 124억원을 기록했으나 전남은 28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문화취약지역 지원을 위해 정부가 펼치고 있는 ‘문화활력 촉진사업’의 경우 올해 지원 대상이 6곳 (문화활력지수 하위 지자체는 69곳)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지원액도 평균 7억5천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마저도 지방비 50% 부담을 조건으로 하고 있어 지원 대상·지원액을 크게 늘리는 한편, 지방비 부담을 30%로 낮추는 등의 실질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지방소멸을 방지하고 국가균형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문화예술 분야 환경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문화격차 해소는 단순히 지방에 대한 배려의 차원을 넘어 지방소멸 방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 과제라는 인식 하에 모든 정책이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