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광주박물관 ‘어느 수집가의 초대’展 리뷰 인왕제색도·월인석보·추성부도…‘이건희 컬렉션’ 한자리에 최명진 기자 |
| 2022년 10월 06일(목) 1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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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작품부터 백자, 분청사기 등 도자와 불교 공예품까지 그동안 광주에서 볼 수 없었던 고 이건희 회장의 수집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펼쳐진다.
고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가 내년 1월29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기증품 첫 번째 지역 특별전으로 한국 전통미술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자리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국가지정문화재를 비롯해 총 170건 271점의 전시품들을 선보인다. 여기에는 광주에서 처음 선보이는 39건 62점 전시품이 포함돼 있다.
전시는 수집가의 ‘취향’과 ‘안목’으로 나뉘어 다채롭고 수준 높은 문화재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수집가의 취향’ 주제에서는 특정 시대나 사조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전통 문화재를 아끼며 감상했던 수집가의 다채로운 취향을 확인할 수 있다.
고 이병철 회장이 애호했던 청자와 백자를 비롯해 고 이건희 회장이 즐겼다는 백자, 분청사기,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에 이어 만나볼 수 있는 달항아리까지 다양한 도자들이 전시된다.
예향인 호남에서 열리는 만큼 조선 전기부터 근대를 대표하는 서화가들의 아름다운 전시품들도 새롭게 공개한다.
조선 전기 화원 이상좌의 불화첩을 비롯해 조선 중기 궁중에서 열린 불교 행사를 그린 ‘궁중숭불도’, 김홍도의 ‘답상출시도’, 홍세섭의 10폭 ‘화조도’ 등 수준높은 회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수집가의 안목’에서는 오랜 기간 남다른 감식안으로 수집한 전통 미술품 중 훗날 그 가치와 우수성을 인정받은 총 16건 31점의 국가지정문화재들을 소개한다.
어두운 작은 방 형태의 전시공간에 들어서면 한쪽 벽 가운데 걸려있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감상할 수 있다.
그림 앞에는 1인용 소파 2개가 놓여 마치 집안에서 인왕제색도를 감상하는 것처럼 작품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인왕제색도는 진경산수의 대가 정선의 대표작품 중 하나로, 정선이 실제 살았던 거처 인근 인왕산 풍경을 과감한 붓질을 통해 그려낸 그림이다.
돌산의 산세가 돋보이며 먹으로만 그렸지만 농담(濃淡)의 차이로 인왕산의 입체적인 느낌을 살렸다.
또, 이 그림에서는 습윤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이는 여름날 인왕산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해당 작품은 10월 한달간만 전시되며, 이후 정약용의 ‘정효자전’, ‘정부인전’, 김홍도의 마지막 기년작 ‘추성부도’가 4주 간격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또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 지역과 관련된 보물도 찾아볼 수 있다. 고려 12세기 강진 사당리에서 제작된 ‘청자 상감 구름 학무늬 완’으로 그릇 바깥면 테두리를 장식한 구름과 학 무늬가 관람객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동정호를 지나며 달밤의 풍경을 즐기는 모습이 한폭의 산수화처럼 장식된 ‘백자 청화 산수무늬병’은 영상을 배경 삼아 문인들의 옛 정취를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밖에도 오랜 세월 제 주인을 만나지 못하다 이 회장 일가의 수집품이 돼 훗날 국보로 지정된 ‘백자 청화 대나무무늬 각병’, 세조가 수양대군 시절 적은 글씨와 아버지인 세종 글씨를 모아 아들 왕세자의 병이 낫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은 한글 기록물 ‘월인석보’ 등 애틋한 사연을 담고 있는 기증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권혜은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기업가로 익숙한 이건희 회장 일가의 수집가로서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다”며 “오랜 시간 높은 안목과 다양한 취향을 통해 한 자리에 모인 우리 옛 문화재를 감상하며 마음의 기쁨과 정신의 조화를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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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