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순의 '문화터치']우린 광주아트페어에 간다 광주문화재단 전문위원

2022년 10월 06일(목) 19:50

미술품을 실물로 산다. 그것은 요샛말로 구석기시대 이야기다. 실물만이 아니라 파일로 구매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감상과 소유가 가능할까. 디지털 상에서 감상하고 파일로 소유한다. 기성세대는 무슨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할 거다. 그러나 그런 세상이 왔다.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한 토큰이란 뜻이다.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을 말한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지만 기존의 가상자산과 달리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하는 까닭에 위조나 상호교환이 불가능하다. 이는 자산 소유권을 명확히 함으로써 미술품을 비롯한 게임, 부동산 등의 기존 자산을 가상화폐로 만들게 됐다는 이야기다. 이로써 그동안 애매했던 미디어아트의 판매와 소장이 가능해졌다.

미국 사진작가 비플(Beeple)은 NFT시장에서 주목받아 미술계에 큰 파장을 불러온 인물이다. 그의 작품 ‘Everydays : The First 5000days’는 대표적인 NFT작품으로 경매를 거쳐 6천930달러(한화 900억원)에 판매됐다. 이후 NFT 아트에 불을 붙였다. 비플은 2007년 5월1일 데일리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하루에 한장씩 그림을 그렸고 5천일이라는 긴 대장정을 이었다. 그가 성공한 것은 한가지의 행동을 하루도 빠짐없이 했다는 것이다. 하루에 작품을 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누구나 해 낼수 없다. 바로 그 점에서 급부상했다. 제작방식이 NFT였다는 점에서 시대의 트렌드를 열어젖히며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비플의 작품을 보면서 우리의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미술품 거래에 있어 신기한 게 또 있다. 하나의 작품을 오직 한 사람이 구매하고 소유한다는 것은 옛날이야기다. 하나의 작품을 수십명 또는 수백명이 소유할 수 있다는 거다.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공동구매를 통해서다. 그게 현실화됐다. 온라인 사이트인 아트 엔 가이드가 김환기작품인 ‘산월’을 4천5백만원에 내놓아 30명이 공동구매에 나섰다. 그리고 1년 뒤 5천500만원에 되팔아 22%의 수익을 챙겼다. 이제 온라인 플랫폼이 공동구매 투자자를 모집하는 사례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공동구매가 이젠 낯설지 않다. 온라인 플랫폼이나 아트 마켓이 공동구매 투자자모집에 나서면 여러 명이 공동 소유하고 임대 수입과 차익을 올린다. 유명작가의 비싼 작품이라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앤디 워홀작품도 단돈 몇십만에 구매할 수 있다. 물론 단독 구매가 아닌 공동구매 방식으로.

미술품을 구입하는 계층도 다채로워졌다. 예전에 미술품 구입이 특정계층의 일인 줄로만 알았다. 근데 이제 그게 아니다. 기조가 완전히 달라졌다. 부유한 사람이나 고급취향을 가진 이들, 세대별로는 안정적 기반에 들어선 중장년층만의 놀음만이 아니다. MZ세대가 나서고 월급쟁이들이 나선다. 꼭 부유층이 아니어도 미술에 관심을 기울이는 인구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초중반, 2000년대 초반에 이어 미술시장이 활황을 맞고 있다. 활황을 띠는 모습이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양적인 성장의 보폭이 훨씬 크며 질적으로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 지난 달 열린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에서 그 면목이 드러났다.

‘아트:광주:22’가 어제 김대중컨벤션센터(6-9일)에서 개막했다. 주제가 미술문화 생태계를 지원하는 ‘사랑받는 미술시장’이다. 미술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규모 또한 무한대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술문화생태계가 튼실해지길 기대해본다.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못지 않게 광주아트페어의 열기가 뜨거웠으면 한다. 누구나 미술을 즐기는 문화도시 광주, 그것은 문화시민이 나서야 가능하다. 월급장이도, MZ세대도 모두가 광주아트페어에 가봄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