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자의 캔버스 산책]마음의 길을 걷는다

2022년 10월 10일(월) 19:09

해마다 해바라기를 그린다. 벌써 십이년째다. 지인들은 말한다. 어떻게 매년 해바라기를 그리면서 버전을 달리하느냐고….

그건 간단하다. 그림의 소재가 해바라기일뿐 그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때 그때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감성을 그대로 수용하면 되는 일이다. 그렇게 매년 다른 분위기와 다른 형식의 해바라기를 그려왔다. 그것도, 아주 재밌게.

또 묻는다. 올해 해바라기의 특징은 무엇이냐고. 솔직히 표현하자면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그렸다. 다시 들여다 본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하고…. 아, 발견했다. 길이 있다.

해바라기가 피어난 아래로 길이 뚫려 있다. 마음을 내려 놓으니 내 마음에 길이 생긴거다. 그걸 자연스럽게 해바라기 그림에 표현했다. 그 길을 찬찬히 따라가고픈 마음을 그대로 투영한 것이다.

달라진 게 또 있다.

해바라기 뒤로 산의 배경이 있다. 그 산도 색감도 모두 심플하다. 그림이 담백해졌다. 완전 단색화는 아니지만 단색조의 느낌을 살려냈다. 아마도 복잡했던 청춘의 복닥거림을 마음의 체로 걸러내어 차분해진 탓이 아닐까. 살다보니 남의 탓이 덜 해지고 나를 돌아보는 성숙함이 생긴 덕분도 있다. 해바라기 그림을 통해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내 모습을 만난다.

그리고 더 이상은 모르겠다. 그 다음은 붓 가는대로 그렸다. 그렇게 그린 것들을 20회 개인전(10월12-23일 남도향토음식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으려 한다. 부끄럽고 긴장된다.

‘해바라기’

<화가 박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