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작가, ‘2022 들꽃처럼 별들처럼2’ 展 개최 오는 30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1관 ‘아트 패럴림픽’ 염원…인류평화 빛 밝힌다 최명진 기자

2022년 10월 10일(월) 19:09

전시장 한 가운데에 들어서면 수많은 사람이 서로 뒤엉켜있는 듯한 압도적인 크기의 대형 작품이 펼쳐진다.

‘5000인 드로잉 시리즈-인간떼 1,2’ 작품으로, 코로나19 시기 뉴욕 한복판에서 떼죽음 당하는 인간들을 보고 느낀 인간의 이중성과 구조적 모순이 만든 비극적 현실을 표현한 그림이다.

그 앞으로는 5·18 영혼들과 지적 장애인을 형상화한 1천여점의 한지 토우 작품이 하나의 산을 이뤘다.

오른쪽 벽면 위쪽을 메우고 있는 5대륙 8개국 장애아들의 작품에는 알록달록 각자의 개성이 물씬 드러나 전시의 풍성함을 더했다.

‘아트 패럴림픽’이라는 꿈을 향한 전세계 발달장애 화가들의 무대가 마련됐다.

30여년 간 발달장애아동의 순수한 세계에 천착해 작품 활동을 해온 김근태 (사진)작가가 오는 30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1관에서 ‘2022 들꽃처럼 별들처럼2’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장애인과오대륙친구들이 주최·주관하고 광주시, 광주문화재단,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목포한국병원, 전남도교육청이 후원한다.

김 작가의 작품을 포함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8개국 발달장애아동 30명의 그림 85점을 함께 선보이는 자리다.

발달장애 화가들의 꿈의 무대인 ‘아트 패럴림픽’ 창설을 목표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전세계적인 평화와 공존을 기원하는 첫 발걸음이다.

오랫동안 김 작가의 작품 기저에는 발달장애아동에 대한 애정이 존재했다. 이는 과거 그의 트라우마 치유 과정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1980년 5월 당시 조선대 미술대 2학년생이던 작가는 수습위원으로 항쟁에 참여했다가 항쟁 마지막 날 그곳을 빠져나왔다.

끝까지 함께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 그는 이후 몇 번이고 목숨을 끊으려 할 정도로 심한 트라우마를 겪었다.

대학 졸업 후 작가는 목포에서 미술교사로 근무했지만, 끊임없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결국 교직 생활 4년 만에 학교를 그만 두게 된다.

그러던 중 그는 목포 고하도의 한 재활원에서 중증 지체장애아동들을 만났다. 작가는 이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5월 광주 시민들을 떠올리며 자유로운 영혼을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한다.

순수한 모습의 아이들을 매일같이 만나고, 그림으로 그려내며 그 또한 치유되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김 작가의 활동은 20여년이 넘어서야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다.

2015년 미국 뉴욕 UN본부에서의 초대전을 시작으로 독일·브라질·중국·스위스·프랑스 등에서 잇따라 초대전을 개최했으며, 2018년 평창패럴림픽 초대전과 2020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5·18 40주년 기획전으로까지 이어졌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발달장애아동들의 순수한 세계를 구상화로 그린 100m 길이의 작품 ‘들꽃처럼 별들처럼Ⅰ’을 비롯해 또다른 100m 대작 ‘Bio-영혼·생명’ 등 신작들을 선보이고 있다.

아울러 지난 7일에는 오준 전 UN 대사가 사회를 맡고, 김유섭 조선대 교수와 홍가이 예술평론가가 발제자로 나서 ‘아트 패럴림픽’ 창설과 5대륙 발달장애 화가들의 국제교류 활성화를 위한 포럼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는 발달 장애 화가들의 꿈의 무대인 세계적인 아트 패럴림픽 창설을 위한 자리다”며 “그들만의 독특한 시선과 화면 구성으로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아이들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근태 작가 ‘2022 들꽃처럼 별들처럼Ⅱ’ 전시 전경 /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