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치분권을 위한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 김병도 |
| 2022년 10월 10일(월) 19: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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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문법을 넘어 현재의 문법을 써야한다. 정치권은 그들의 이해를 위한 갑론을박을 넘어 국민의 요구에 충실해야 한다. 정치권의 이해충돌로 미뤄지는 헌법 개정으로 인해 국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다. 시대정신을 담은 수직적 분권 개헌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월 대국민 담화를 통해 ‘4년 대통령 중임제’를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고 비판했고 제동이 걸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4년연임 정·부통령제 개헌’을 공약했다. 집권 후 개헌 공론화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 제1야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실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개헌을 주장했지만 실패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집권초기 개헌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조차도 개헌에 실패했다. 2018년 5월2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발의한 제10차 헌법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역시 실패했다. 당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소속 의원 다수는 개헌안의 처리에 반발하며 불참했다. 가결 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자유한국당(116석)이 개헌 저지선(3분의 1인 98석)을 확보하고 있어 합의가 아닌 바에야 국회에서의 가결은 당초부터 불가능한 조건이었다. 정의당 역시 본회의에 참석해 ‘절차상 하자’를 문제시하며 개헌안 표결 불참의사를 밝혔었다. 당시 여야는 서로 네 탓만을 강조하다가 결국 30여년 만에 추진된 개헌이 불발된 것이다.
왜 개헌은 실패할까? 그간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헌은 왜 안 될까?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모두 임기 중 개헌을 주장했다. 그러나 모두 실패로 귀결되었다. 지난 30년간 1987년 헌법을 바꾸려는 시도가 계속되었다. 개헌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대통령의 의지 부족, 국회 동의 부족, 대선주자의 견제 등을 들 수 있다.
우리의 경우 개헌을 논의하는 단위가 대통령과 국회 중심이다. 대통령과 국회는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권력 대리인이다. 개헌 논의의 실질적인 주체는 국민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사회적 합의 기구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개헌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과 같이 개헌의 논의는 정치권의 이해충돌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통령과 국회에서 시작된 개헌의 핵심 이슈는 ‘권력집중 vs 권력분립’이기 때문이다. 또한 의제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5년 단임제와 4년 연임제다. 즉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어떤 정부의 형태든 장·단점이 있고 정답이 없다.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우선 논의해왔던 정치권력을 대통령과 국회가 나누는 수평적 권력분산에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국민입장에서 보면 중앙과 지방이 권력을 분산에서 권한을 나누는 수직적 권력분산이 더 간절하다. 권한을 부여받은 정치권의 이해보다 권력을 가진 국민의 이해가 더 중요하다. 정치권 또한 자치분권으로의 제도개선에 대해 반대하는 세력은 거의 없는 듯하다.
국민입장에서 헌법 개정은 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다. 시대정신, 물리적 환경, 생활수준, 의식수준 등 1987년 시대와는 상전벽해의 삶을 살고 있다. 더구나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그들만의’ 권력분점에는 관심이 크지 않다. 그 보다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이 더 우선한다.
어떤 나라도 국민수준에 부합하는 헌법을 가져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자치분권이 더 필요하다. 자치분권과 중앙집권 두 제도의 우열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다양성, 민주성,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을 택하자는 것이다. 내 삶의 도움이 되는 자치분권으로 헌법 개정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