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아교·중국산 안료로 전통건축물 복원 이병훈 “과연 우리 고유의 전통 건축인지 의문” 문화재청 복원한 기술, 조속히 민간에 이전돼야 김진수 기자

2022년 10월 11일(화) 20:55

고궁과 사찰 등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의 복원에 엉뚱하게도 일본산 아교나 값싼 중국산 재료가 사용되는 등 한국 전통 건축물의 복원 작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정체성까지 훼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동남을)은 11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전통 건축물의 복원에 필수적인 단청 작업은 안료를 아교에 섞은 후 건축물에 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하지만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아교의 생산과 수급이 어려워 100% 일본산을 수입해 전통건축물을 복원해 왔다”고 밝혔다.

전통 아교는 소 가죽을 이용해 만든 일종의 접착제로 단청 시공 외에도 나전칠기, 전통 회화에 두루 사용되는 필수 자재다.

전통 건축물 복원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아교 뿐만 아니라, 단청의 ‘안료’(물체에 색을 입힐 수 있는 색소. 물에서 녹는 염료와 달리 물이나 기름, 알코올 등에 녹지 않는다)에 대해서도 원산지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물론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안료’들의 경우 수입이 불가피하지만 호분, 송연, 뇌록 등 국내에 원석이 존재하는 안료들은 충분히 국내산 재료를 사용해 국내에서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포항 뇌성산에서만 원석을 채취할 수 있는 ‘뇌록’은 희소성과 고가의 비용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본이나 중국의 재료를 수입해 안료를 제작하고 있다. 이렇게 제작된 안료는 국내에서 제작됐다는 이유로 국내산으로 인정돼 전통 건축물 복원 사업에 납품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문화재청 산하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는 전통 아교의 복원과 생산 시스템의 구축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또 국립문화재연구원은 단청에 쓰이는 녹색 안료인 ‘동록’을 전통 방식으로 복원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밝혀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전통 건축물의 한국적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병훈 의원은 “일본산 아교와 국내산으로 둔갑한 사이비 안료가 적용된 단청이 과연 우리 고유의 전통 단청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전통 건축물 복원 사업의 부실을 질타했다.

이어 이 의원은 “국가 연구시설들에서 복원된 우리 고유의 전통기술은 정책적 차원에서 육성이 필요하고 민간에 이전돼 상용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상용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전문 인력 교육에 국가 예산이 더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내년 예산안에 전통기술 인프라 구축을 위해 8억원, 문화재 수리기능자 교육 사업에 3억2천600만원을 책정해 놓았으며 기술 이전을 위한 지원 사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