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서둘러야

2022년 10월 12일(수) 20:13

농업협동조합법은 지역농협의 임원 중 상임조합장의 임기에 대해서는 두 차례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비상임조합장을 비롯해 이사, 감사에 대한 임기 제한은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장기 재임하면서 상임조합장과 유사한 영향력을 행사해 갖가지 부정과 불법이 횡행하고 있다. 금품·향응 선거 논란으로 시작해 친인척 채용,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비리가 이어지고 있다. 횡령 사고도 빈번하다.

조합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전문가를 통한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경영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한 비상임조합장제의 취지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조합원 등 공동체 이익에 헌신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 일하는 토호세력으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농협 발전을 가로막는 독소조항이다. 부패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비상임조합장을 두고 있는 지역농협은 전체의 41.3%인 462개에 달한다. 조합장의 16.2%가 4선 이상이며, 37년간 10선을 한 경우까지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재갑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해남완도진도)이 비상임조합장, 이사, 감사의 연임 횟수를 2회로 제한하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윤 의원은 종신적이며, 후임을 선택해 세습적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농협중앙회 국정감사 질의를 통해서도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고 한다.

내년 3월8일 치러지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비상임조합장의 연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상임조합장에 비해 책임은 적고 권한은 방대해 영구집권 수단으로 악용되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법안으로 보인다. 비상임조합장과 임원 등 성역 없이 임기를 제한해야 한다. 고질병인 과열 경쟁을 예방할 수도 있다. 실제로 역대 선거는 금품수수 등 조기 혼탁 양상을 보였다. 무소불위 권력으로 쌓아올린 그들의 왕국을 언제까지 외면해야 하는가.

폐쇄적인 구조에 내부 통제까지 취약한 지역농협의 쇄신이 시급하다. 조합원들의 각성도 뒷받침돼야 한다. 개정안이 연내에 통과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