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 없었던 국감, 한국전력 안도할 일 아냐

2022년 10월 12일(수) 20:13

나주 혁신도시 한국전력 본사에서 3년만에 국정감사가 열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 30명 전원이 참석하는 열기 속에 역대 최대 적자와 방만 경영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정승일 사장을 상대로 국민의힘은 책임을 추궁하며 공세를 펼쳤다.

30조원 이상의 마이너스가 예상되고 채무불이행에 놓이게 된 한전이 대규모 전기요금 인상으로 적자를 메꾸려 하는데 국민과 기업들은 하루하루가 힘들다거나 생산원가를 어떻게 줄이느냐를 고민해야 한다는 등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정 사장은 “연료비 급등에 따른 외부적 요인이 크다”고 반박했다. 한전이 2020년 4조원 흑자를 기록했을 때와 비교해 국제 유가가 2.3배, LNG(액화석유가스)는 7배로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해외자산 부실 매각도 도마에 올랐다. 한전은 필리핀 SPC합자회사와 세부 석탄화력 지분 매매 계약 체결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 사장은 “해외 석탄발전 신규 사업은 안 한다고 선언했다. 재배분 과정으로 이해해 달라. 핵심 역량과 관련된 사업에 대해서는 최대한 지키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 사장이 밝힌 바, 원가 회수율이 낮아지면서 영업 적자가 14조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 국제 연료 가격 폭등에 따른 에너지 수급난이 심화돼 왔다. 특히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한전은 위기 의식을 갖고 보다 적극적이며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안일한 대응은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을 부른다.

가뜩이나 고물가 여파로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극히 손쉬운 방편으로 전기료만 만지작거린다면 오산이다. 비효율적인 사업구조 개편 등 실질 자구 노력부터 해야 한다. 공기업 한전이 혈세를 펑펑 써서는 당연히 안될 일이다. 혹시 줄줄 새는 곳이 있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한전과 전력자회사들이 지난 5년 동안 2조5천억원에 이르는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어느 정도 예상되는 질타가 나왔다. 강도 높은 문제 제기도 없었다. 그렇다고 한전이 결코 안도할 상황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