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진 공영주차장 안전 시설물 관리 소홀 [하준이법 시행 2년 현주소](중)관리자 의무사항 ‘허울’ 고임목 파손·도난 일쑤…“즉각 파악·조치 어려워” 상시 관리 안돼 표지판 가려지고 쓰레기 나뒹굴기도 조례 취지 무색 사고 위험 여전…“상시 대안 모색” 안재영 기자

2022년 10월 12일(수) 20:48

지난 11일 찾은 광주 광산구 월곡동 노상공영주차장. 지난 2020년 광산구는 이곳 일대에 보관함과 고임목 40개를 구비했지만, 이날 직접 확인해 본 결과 고임목 대다수는 분실됐고 보관함 인근에는 쓰레기가 널부러진 상태였다./안재영 기자

<이전 기사 - “들어본 적도 없어요” 유명무실한 ‘하준이법’>
ㄴ http://www.kjdaily.com/article.php?aid=1664968466585653005

故최하준군 사고는 운전자 부주의와 안전시설 부재가 낳은 참사였던 탓에 재발방지 차원으로 ‘관리자 의무사항’이 담긴 ‘주차장법 개정안’은 2019년 12월10일 국회를 통과, 같은달 24일 제6조 3항이 신설됐다.

개정안은 2020년 6월25일 시행돼 정착 2년여를 맞았지만, 수시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관내 경사진 공영주차장은 여전히 사고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주차장법 제6조 3항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한 경사진 곳에 주차장을 설치하려는 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임목 등 주차된 차량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시설과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를 갖춰야 한다.

부칙에 의거해 주차장 관리자들은 미끄럼 방지시설과 안내표지를 시행일로부터 6개월이 되는 날까지 구비·설치해야 했다.

하지만 설치 이후 시설물들에 대한 관리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12일 광주 광산구에 따르면 월곡동 노상공영주차장(월곡동595-8~583-6)은 주차 공간 36면 규모로, 광산구는 주차장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고임목 40개를 보관함 4개소에 나눠 구비해 뒀다.

그러나 전날 일대 보관함들을 모두 확인해 본 결과 남아있는 고임목은 6개에 불과했다.

바퀴 하나에만 고임목을 둔다고 하더라도 주차 수용 가능 대수 중 6분의 1만 안전조치가 가능한 셈이다.

또 고임목이 아예 들어있지 않던 곳도 있어 정기적인 수량파악과 보충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이 실감됐다.

미흡사항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주차 공간을 침범한 고임목 보관함 앞엔 쓰레기가 담긴 종량제 봉투 등이 나뒹굴어 운전자가 고임목을 사용하려해도 이용이 절로 꺼려지는 상태였다.

또 차량 미끄럼 방지 의무 등을 안내해야 할 미끄럼주의 표지판 1개는 무성하게 자라 넝쿨에 삼켜져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이렇듯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관할 지자체의 정기적인 관심이 동반되지 않아 ‘관리자 의무사항’은 미흡한 수준을 보여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 높다.

특히 이곳 주차장은 경사로(월곡반월로32번길)를 따라 줄지어 주차하는 탓에 연쇄 추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사고 예방’이라는 조례 제정 취지에 맞게 관리자 의무사항이 있는 관할 행정 당국이 시설물 설치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행정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광산구 관계자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주차장 안전 실태 점검에 맞춰 관내 주차장에 대한 정비를 순차적으로 하고 있다”며 “월곡동 노상공영주차장의 경우 12일까지 고임목 보충 등의 조치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고임목 보관함 설치 당시부터 각 동과 구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안내와 반납 등을 홍보하고 있지만 반납률이 저조한 건 사실”이라며 “여러 곳에 분산된 고임목의 수량을 즉각적으로 확인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정기적인 관리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