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용기로 피어난 5월 정신 계승” <故 박관현 열사 40주기 추모식 5·18민주묘지서 엄수> 80년 5월 박 열사 육성 청취·유족 작사 추모곡 공연 “열사가 갈망했던 시대의 과제 이뤄내야” 한 목소리 오복 기자

2022년 10월 12일(수) 20:48

신군부의 비상계엄해제와 언론 자유 등을 촉구하다 붙잡힌 뒤 옥중 단식투쟁으로 숨진 고(故) 박관현 열사의 40주기 추모식이 12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렸다./김애리 기자

“5월의 아들아, 꽃바람 다녀간 너의 묘비명 위에 만인의 자유를 너와 함께 맞고 싶구나.”

12일 오전 11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역사의 문. 고(故) 박관현 열사를 그리며 친누나인 박행순 씨가 직접 쓴 추모곡 ‘꽃향’이 구슬프게 울려 퍼졌다.

이날 열린 고(故) 박관현 열사 제40주기 추모식은 박관현기념재단 주최로, 국민의례, 추모사, 추모 편지 낭독, 추모공연, 육성 청취,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헌화·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추모식에는 80년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 동지, 5·18단체 등과 열사의 유족인 박행순 씨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최영진 박관현기념재단 이사장은 추모사를 통해 “우리는 80년 5월 분수대 앞에서 피토하듯 절규했던 고 박관현 열사의 외침을 똑똑히 기억한다”면서 “오늘 우리는 영원히 기억해야할 5월 영령들을 추모하고 역사의 현장을 책임진 열사들이 있는 이곳 5·18국립묘지에서 그 뜻을 기리기 위해 추모식을 거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박관현 열사의 박애와 애민의 정신을 잊지 않고 법관의 꿈을 포기하면서 이룩하고자 했던 민주주의를 기억해, 꺼지지 않는 민주주의 횃불을 이어가 소모적 전쟁과 갈등, 경제적 불평등 등 산자로서 해야 할 책무를 해나가겠다”고 영전에 다짐했다.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슬픔이 용기로 피어났던 80년 죽음을 무릎 쓰고 처절한 투쟁을 감행했던 그날의 용사들에 대한 부채의식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면서 “암매장 등 규명되지 못한 진실을 밝혀 박관현 열사가 갈망했던 시대의 과제를 이뤄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고 박관현 열사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정용화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상임고문이 ‘부끄럽지 않게 살다가 죽어서 만나면 뜨겁게 포옹하자’는 ‘관현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송했다.

또한 열사가 80년 5월16일 도청 앞 광장에서 진행했던 광장 연설을 생생한 육성으로 듣는 시간을 갖고, 듀오꽃향의 ‘꽃신’ 등 추모공연이 이어졌다.

추모식은 ‘님을위한 행진곡’ 제창 후 열사의 묘소를 찾아 헌화·분향 후 마무리 됐다.

이날 추모식 후 오후 4시에는 광주 동구 5·18광주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그리운 박관현’을 주제로 집담회가 열렸다. 집담회에서는 김형주 전남대5·18연구소 교수가 발제한 ‘박관현기념재단 현재와 미래’에 대해 토론하고 박 열사와 민주 투쟁에 앞장섰던 옛 동지들이 나서서 그의 삶을 그리고 추억하는 이야기 마당이 진행됐다.

한편 박 열사는 1980년 4월 전남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돼 5월 광주 시내와 옛 전남도청 앞에서 범시민 성격 성회를 주도했다. 박 열사가 사흘 간 이어간 성회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이 하나로 뭉쳐 계엄군에 맞선 단초가 됐다. 이후 수배명단에 오른 박 열사는 도피 생활 중이던 1982년 붙잡혀 광주교도소에 수감, ‘5·18 진상 규명’ 등을 외치며 40여일 단식 농성으로 인한 건강 악화로 1982년 10월12일 만 29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