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눈높이에 어긋난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

2022년 10월 17일(월) 19:41

광주·전남 지방의회가 줄줄이 의정비를 인상하고 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제 밥그릇 챙기듯 경쟁적인 모습이다. 광주의 경우 남구는 최근 의정비심의위원회를 열어 의원들의 월정수당을 10%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광산구는 최대 20%까지 올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동·서·북구는 공무원 보수 인상률(1.4%)과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지역도 다르지 않다. 22개 시·군 가운데 14곳 의회가 이미 의정비 인상을 의결했다. 나머지 8곳도 다른 지역 상황을 보고 결정할 예정이다. 여수시는 내년에 13% 올리고 2024-2026년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적용하기로 했다. 순천은 8%를 올리고 2024-2026년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반영한다. 전국 최하위 수준인 곡성군은 9.5% 인상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방의원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구성된다. 의정활동비는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정해져 있지만, 월정수당은 의정비심의위에서 재정자립도, 주민 수, 지방공무원 보수 인상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초과해 인상하기 위해서는 주민 여론 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광주와 전남지역 의회 모두 사실상 의정비 인상에 나선 가운데 적절성 논란도 커지는 모습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영향으로 서민들의 삶이 나날이 어려워지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로 위축된 지역경제의 침체가 심화되고 있으며, 지자체 재정 역시 여의치 않은 사정 때문이다. 의정비 현실화를 위한 일각의 필요성마저 퇴색시키고 있다.

지방의회는 ‘전국 최하위 수준’의 의정비를 내세우나 재정자립도 또한 ‘전국 최하위’인 형편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자치단체의 살림 규모에 맞추고 주민 눈높이에 부합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 특히 파격적인 인상액 만큼 대변자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에 의문을 낳는다. 기초의회 무용론도 불거진 마당에 앞뒤 분간 못하는 것 같다. 임기 첫해,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지금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