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흡연자·비흡연자 상생 방안 없나](상)흡연 규제와 흡연자 복지 간극 ‘흡연구역 찾아 삼만리’…외진 곳 숨어서 ‘뻐끔’ 오복 기자 |
| 2022년 10월 17일(월) 2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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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구역은 도대체 어디 있나요? 건물 뒤편 골목길로 들어서는 이유죠…”
지난 15일 오후 9시께 광주 동구 금남로 상가 앞.
충장축제 기간 활력을 찾아 붐비는 거리, 건물에서 나온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건물의 사이사이 외진 곳으로 향해 담배를 입에 물었다.
건물 내부가 전체 금연구역으로 흡연실이 없기 때문에 실외에서 흡연을 위해 나온 사람들은 길 모퉁이, 가게 앞 등 곳곳에서 흡연을 하고 자연스럽게 꽁초를 버리고 돌아갔다. 이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버리고 간 담배꽁초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 10시께 찾은 광주 서구 상무역 3번 출구. 지하철에서 내린 탑승객은 곧바로 건물 기둥 뒤편으로 향해 담배에 불을 붙였다.
골목길, 벽쪽, 기둥 뒤 등 외진 장소에 유독 많이 쌓여있는 담배꽁초의 이유는 무엇일까.
길 모퉁이에서 흡연 중이던 A(20대·여)씨는 “담배연기가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기 때문에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서 피다보면 골목이나 벽 쪽 외진 길을 찾게 된다”면서 “흡연구역은 외진 곳에 있지만 가는 곳을 안내하는 안내판은 없어 좀처럼 찾기 힘들다. 꽁초를 버리는 것이 양심에 찔리지만 주머니에 넣어 돌아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쓰레기다”고 말했다.
또 다른 B(30대)씨는 “흡연실이나 흡연부스가 있는 경우를 거의 못 본 것 같다”면서 “꽁초를 버려서 죄송하다”고 머쓱하게 웃어보였다.
이처럼 금연구역 안내판은 항상 눈에 띄는 곳에 있지만, 흡연구역을 찾는 일은 여간 쉽지 않다.
16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지역에 공중이용시설과 공공장소(조례지정) 중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지난달 30일 기준 동구 5천27곳, 서구 9천900곳, 남구 6천675곳, 북구 1만3천460곳, 광산구 1만7천782곳으로 총 5만2천844곳이다.
하지만 이중 흡연실이 설치된 공공이용시설은 동구 38개소, 서구 397개소, 남구 136개소, 북구 270개소, 광산구 496개소로 총 1천336개소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공공이용시설 중에 흡연실이 설치된 곳이 약 2%에 불과한 것.
담배는 유해물질을 내뿜기 때문에 정부는 금연지정구역을 운영하면서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미성년자가 아니면 누구에게나 허용되는 판매 제품인 만큼 구매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과 공간 또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내달부터 한강공원 전역에 11개의 흡연부스를 설치하기로 공표했다. 이는 내년 상반기 조례 개정에 따라 한강공원 전 지역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기 때문이다.
금연구역 지정에 대해 흡연자의 반발이 끊이질 않자 서울시는 단계적 금연구역 지정과 흡연부스 설치로 상생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서울시가 앞서 흡연문화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한강공원을 포함해 공원 내 금연을 찬성한다는 의견이 78%에 달했다. 전체 금연구역 지정을 반대하는 나머지 22% 중 70%는 흡연구역 지정에 찬성한 바 있다.
광주시도 지난 5월 KT&G와 담배꽁초 없는 깨끗한 거리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통해 상무지구 등 유동인구가 많은 214곳에 담배꽁초 전용수거함을 설치했다. 1m 높이의 수거함은 투입구에 다른 쓰레기를 넣을 수 없도록 작고 동그란 구멍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민원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 5개 구에는 5개월 간 꽁초수거함 이설과 추가설치 등에 대한 민원이 5건 접수됐다.
번화가 인근 주민 C씨는 “꽁초수거함을 설치함으로써 이 곳 주변이 흡연지역으로 인식돼 불쾌적한 동네가 되는 것 같다”면서 “내부 흡연실 설치나 흡연부스 등으로 연기가 새어 나가지 못하게 해야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담배꽁초를 수거하고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수거함을 설치했지만 비흡연자의 ‘흡연을 권장하는 것이냐’는 민원도 자주 들어온다”면서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를 위한 복지는 사실상 쉽지 않지만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의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 지난 2020년 광주지역 흡연율은 18.5%였다.
/오복 기자
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