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신안 병풍도 맨드라미길

푸른 바다 위에 맨드라미가 그린 풍경화

2022년 10월 19일(수) 19:44
맨드라미는 본섬인 병풍도에만 8만 5천㎡, 주변 섬인 기점·소악도까지 포함해 11만 5천㎡ 땅에 34품종 272만주를 심어 9월 하순부터 일제히 꽃을 피웠다. 맨드라미공원길을 걷고 있으니 꽃배를 타고 꽃 바다를 헤쳐 나가고 있는 것 같다.
맨드라미 섬으로 알려진 신안 병풍도로 향한다. 오전 9시 출발한 송도선착장을 출발한 여객선은 25분 만에 병풍도 보기선착장에 도착했다. 주변 바다는 썰물 때라서 갯벌이 드넓게 드러나 있다. 길을 따라 걷는데 섬 동쪽 갯벌 위에 고막껍질을 엎어놓은 것처럼 두 개의 작은 섬이 눈인사를 건넨다. 그 뒤로 선도가 우뚝 솟아 섬을 이루고 있다. 병풍도가 맨드라미 섬이라면 선도는 수선화 섬이다.

10가구쯤 되어 보이는 마을 앞길을 따라 걷다가 신추도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황금빛 논과 염전이 병풍도의 가을을 풍요롭게 해준다. 신추도로 통하는 210m에 이르는 노두길 앞에 선다. 신추도는 병풍도 본섬과의 사이에 곡선을 이룬 노두길이 놓여있다. 원래는 갯벌 위에 노둣돌을 놓아 썰물 때만 건넜던 노두길을 승용차 한 대 다닐 수 있을 정도 넓이로 시멘트 포장을 했지만 옛 이름 그대로 노두길이라 부른다. 곡선을 이룬 노두길과 신추도가 소박하고 정겹다.
신추도는 병풍도 본섬과의 사이에 곡선을 이룬 노두길이 놓여있다. 원래는 갯벌 위에 노둣돌을 놓아 썰물 때만 건넜던 노두길을 승용차 한 대 다닐 수 있을 정도 넓이로 시멘트 포장을 했지만 옛 이름 그대로 노두길이라 부른다. 곡선을 이룬 노두길과 신추도가 소박하고 정겹다.

노두길을 건너 신추도로 들어가니 해바라기가 함박웃음을 지어주고,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하늘거린다. 신추도에는 두 가구가 살고 있는데, 넓지는 않지만 논농사도 짓고 염전에서 소금도 생산한다. 신추도 염전 앞까지 갔다가 노두길을 거쳐 다시 병풍도로 돌아온다.

병풍바위로 가기 위해 병풍도 서쪽해변을 따라 걷는다. 방파제를 따라 걷는데, 억새가 흔들거리며 우아하게 춤을 춘다. 방파제 안쪽에 조류지가 있고, 조류지 옆 염전에서는 따가운 햇살에 소금이 익어가고 있다. 병풍도 곳곳에 염전이 있어 이곳 주민들의 주요한 소득원이 된다.
병풍도에는 곳곳에 염전과 벼논이 나란히 가을을 즐기고 있다. 병풍도 염전은 이곳 주민들의 주요한 소득원이다.

염전 옆을 지나 병풍바위가 있는 해변으로 나아간다. 병풍바위해변에 도착하니 넓은 갯벌 뒤로 사옥도와 증도를 연결한 증도대교가 바라보인다. 서쪽에서 길쭉하게 펼쳐지는 증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병풍바위해변은 썰물 때만 걸을 수 있다.

수십m 높이의 층암으로 이뤄진 병풍바위는 1.3㎞나 이어진다. 변산반도 채석강을 보는 것 같다. 1-3㎝에 불과한 얇은 암반이 층층이 쌓인 기암절벽은 신비하고 오묘하다.
수십m 높이의 층암으로 이뤄진 병풍바위는 1.3㎞나 이어진다. 변산반도 채석강을 보는 것 같다. 1-3㎝에 불과한 얇은 암반이 층층이 쌓인 기암절벽은 신비하고 오묘하다.

층암은 억겁의 세월을 거쳐 오는 동안 파도에 부딪치고 비바람을 견디면서 기암절벽이 되었을 것이다. 병풍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얇은 돌들은 파도가 잘 다듬어서 작고 부드러운 조약돌이 되었다. 바닷가나 강변에서 만나는 조약돌은 둥근 모양인데, 병풍바위해변의 조약돌은 백지장처럼 얇고 네모져 특이하다.

기암절벽 곳곳에는 해국이 예쁘게 꽃을 피웠다. 척박한 바위에 핀 해국을 바라보며 생명이란 이토록 아름다운 것인가 새삼 깨닫는다. 침식작용으로 절벽에서 떨어져 나온 독립된 바위가 눈길을 끌기도 한다. 병풍바위를 등지고 앉아있으면 서쪽에서 증도가 손짓한다. 병풍도와 증도는 병풍바위에서 거리가 가장 가깝다.

병풍도라는 이름은 병풍바위로부터 비롯됐다. 병풍처럼 펼쳐진 병풍바위는 병풍도를 상징하는 바위다. 요즘 병풍도하면 맨드라미꽃으로 유명하지만 병풍도의 진면목을 보려면 병풍바위해변을 걸어야한다.

병풍도와 갯벌로 연결된 불무섬이 눈앞에 나타난다. 불무섬 앞에서 해변 방파제로 올라선다. 역시 방파제 안쪽은 염전이 자리하고 있다. 염전과 갯벌을 양쪽에 두고 걷는다.

염전 근처에서는 붉은 색으로 물든 함초가 눈에 띈다. 드넓은 갯벌 너머로 대기점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병풍도 남쪽으로는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같은 작은 섬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 섬들 사이에도 썰물 때만 나타나는 노두길이 있다. 신안군에서는 이 네 섬에 예수 12사도의 이름을 딴 각기 다른 모양의 작은 예배당을 짓고, 12개의 작은 예배당을 연결한 ‘12사도 순례길’을 만들었다. 나는 2년 전 ‘12사도 순례길’을 걸은 바 있다.

병풍도와 대기점도 사이에 펼쳐지는 검은 갯벌 위에 975m에 이르는 노두길이 놓여 있다.

노두길 뒤로 대기점도 마을이 병풍도를 바라보고 있다. 노두길을 걸어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갯벌 위를 걷고 있는 것 같다. 노두길은 섬과 섬을 연결해주는 젖줄이다. 섬사람들의 그리움을 이어주는 오작교다. 오염되지 않는 갯벌에서는 낙지, 짱뚱어, 게, 고둥, 조개 등이 서식한다. 갯벌에는 구불구불 갯길이 나있다. 게나 짱뚱어 같은 생물이 갯벌 위에서 기어 다니다가 갯벌 속으로 숨어버리곤 한다.

대기점도 노두길 입구에 앉아있으니 맨드라미공원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울긋불긋 피어있는 맨드라미동산을 바라보며 발길을 재촉한다. 벼논 위로 보이는 맨드라미공원은 황금빛 바다에 떠 있는 빨갛고 노란 섬 같다. 마을길 담벼락에도 맨드라미가 활짝 피어 실물 맨드라미가 피어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마을 앞을 지나 맨드라미동산으로 올라서니 형형색색의 맨드라미꽃이 줄무늬를 이루고 있다. 빨갛고 노란 맨드라미꽃은 화사한 물결을 이루며 병풍마을을 감싸고, 푸른 바다와 주변 섬까지 아름답게 물들여준다.

2019년 1월까지만 해도 맨드라미공원이 있는 땅은 수풀과 잡목만 우거진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선도 수선화축제, 도초도 수국축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는 것을 본 병풍도 주민들은 병풍도에 맨드라미를 심어 찾아오는 섬으로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후 섬 주민들은 신안군의 지원을 받아 3년 동안 야산을 개간하여 지금과 같은 기적을 이뤄놓았다.

맨드라미는 본섬인 병풍도에만 8만 5천㎡, 주변 섬인 기점·소악도까지 포함하여 11만 5천㎡ 땅에 34품종 272만주를 심어 9월 하순부터 일제히 꽃을 피웠다.

맨드라미공원길을 걷고 있으니 꽃배를 타고 꽃 바다를 헤쳐 나가고 있는 것 같다. 꽃길 곳곳에는 예수 ‘12사도 조각상’이 세워져 있어 기점·소악도의 12사도를 상징하는 작은 예배당과 대비를 이룬다.

빨갛고 노란 물감이 뿌려진 것 같은 맨드라미동산과 마을의 빨간 지붕, 황금빛 논이 어울리고, 여기에 바다까지 가세하니 가을 섬이 그려낼 수 있는 최고의 풍경화가 아닐 수 없다.

꽃은 자신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아름답게 해준다. 아름다운 꽃밭과 평온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화엄의 바다에 떠 있는 것 같다.
빨갛고 노란 물감이 뿌려진 것 같은 맨드라미동산과 마을의 빨간 지붕, 황금빛 논이 어울리고, 여기에 바다까지 가세하니 가을 섬이 그려낼 수 있는 최고의 풍경화가 아닐 수 없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병풍도는 신안군 증도면에 속한 작은 섬이다. 가을철에 피는 맨드라미꽃으로 유명해진 섬으로 매년 10월 초 ‘맨드라미축제’를 연다.
▶병풍도는 섬 둘레가 12㎞밖에 되지 않아 맨드라미꽃 감상과 함께 섬 둘레를 한 바퀴 도는 트레킹을 할 수 있다. 해변길을 걸으면서 염전과 갯벌, 신추도·대기점도 노두길과 병풍바위를 만날 수 있다.
※코스:보기선착장→신추도→병풍바위→대기점도 노두길→맨드라미동산→보기선착장
※거리, 소요시간 : 12㎞, 4시간 소요
※배편
1)지도읍 송도선착장→병풍도 보기선착장 : 07:00, 09:00, 11:00, 14:00, 17:30(25분 소요)
2)압해도 송공선착장→병풍도선착장 : 06:50, 09:30, 12:50, 15:30(70분 소요)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jdaily.com/1666176285586643134
프린트 시간 : 2024년 06월 25일 17: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