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첫 추념식 여순사건 진상규명 서두르길

2022년 10월 19일(수) 19:58

여수·순천 10·19사건 발생 74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주최 합동 추념식이 열렸다. 지난해 특별법이 제정된 데 이어 최근에는 희생자로 공식 인정됐다. 여순사건은 제주 4·3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과 관련한 타 과거사법과 비교해 진실 규명이 더딘 편이다. 광양 시민광장에서 거행된 추념식에는 지역별 행사에 별도로 참석한 유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4·3 관계자도 함께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화를 보냈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영상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직접 참석했다. 여순사건의 명예 회복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것이다.

한 총리는 메시지를 통해 “정부는 이제라도 남아있는 기록을 하나하나 모아 진실을 규명해 억울하게 희생되신 분들의 명예를 되찾아 드리고 온전한 하나의 진실로 지난 역사를 기록해 국민과 함께 그 가치를 되새기면서 통합과 화합, 상생의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추념식 주간에는 사진전, 문화예술제, 오페라, 포럼 등 다양하고 특색 있는 부대행사도 마련돼 아픔을 공유하고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국회 논의 20년 만에 제21대 들어 지난해 6월 여야 만장일치로 숙원인 특별법이 통과돼 첫 걸음을 뗐으며, 올 6월에는 정부가 희생자 45명과 유족 214명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치유와 평화·인권의 상징으로 여순사건은 거듭나고 있다.

1만여 명이 휠씬 넘게 희생된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이다. 무엇보다 유족들은 군부의 칼날에 억울하게 숨진 가족을 그리워하지도 못한 채 ‘반란’과 ‘빨갱이’라는 족쇄에 묶여 강요된 침묵 속에서 죄없는 죄인으로 숨죽이며 통한의 세월을 살았다. 추념식 인사말을 한 여순10·19항쟁전국유족총연합 이규종 상임대표는 한을 풀어달라고 호소하며 목이 멨다. 진상 규명을 더욱 서둘러야 한다. 유족들이 대부분 고령이어서 신고가 어려운 데다 국가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 트라우마 등으로 나서길 주저하고 있다. 필요 시 직권조사 전면 확대까지 다각적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 회복이 급하다. 현실적인 보상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도 뒤따라야 한다. 신속하고 철저하게, 또 제대로 밝히는 것이 역사적 소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