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룸과 최저주거기준 / 주세연 |
| 2022년 10월 19일(수) 19: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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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게 공공에서 운영하는 청년주택에 입주할 수 있었다. 저렴한 비용도 비용이지만 햇살이 잘 들고 쾌적한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공간이 협소해 많은 것을 들일 수 없어 옷장을 포기하고선 4인용 식탁을 들였다. 번듯한 공간이 생기면 친구를 초대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다. 두어번의 집들이 끝에 다다른 생각은 아직 친구들을 초대하긴 이 공간이 작다는 것이었다. 19.8㎡(6평) 남짓의 이 공간에서 식탁 외 다른 즐길거리가 없었다. 결국 친구들을 다시 밖에서 만나게 되었다.
좁은 공간이지만 나의 취향을 하나 둘 꺼내볼 순 있었다. 식탁을 창가에 배치하고 식물도 올려보며 생활공간이 카페처럼 감미롭길 바랬다. 그 중 제일 신경 쓴 것은 오랫동안 지켜봤던 작가의 그림을 들인 일이다. 원본은 아니지만 액자에 담긴 그림을 사보는 건 처음이라 한동안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설렘과 기쁨이 가득했다. 문제는 그림을 벽에 걸 공간이 없어 식탁 아래에 세워둔 게 발단이었다. 친구와 라면을 먹다 김치국물 한 방울이 그 작품에 튀었다. 앗! 그 국물자국을 없애보려 닦았더니 그림이 일부 지워져버렸다. 어찌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던지 슬퍼하는 내게 친구는 작가와 작품을 함께 완성한 거라며 위로했다. 위로 아닌 위로를 받으며 이 공간은 내 취향을 담아내기에도 작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사는 공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내가 사는 원룸은 너무나도 정직하게 법상 최저주거기준에 부합하도록 지어졌다는 걸 알게 됐다. 최저주거기준 상 1인가구의 실 구성은 방 하나에 부엌, 면적은 14㎡(4.2평)이었다. 이 주거기준에 충실하게 지어졌기에 내가 사는 원룸엔 식사실이 없다. 잠을 잘 수 있는 방에 부엌을 더한 형태다. 2인가구가 되어야 식사실 겸 부엌이 주어진다.
문제의 최저주거기준은 2004년에 법으로 12㎡(3.6평)라 정해진 뒤 2011년 한차례 개정되면서 14㎡가 커진 것이다. 이후이 이 기준은 11년 째 제자리다. 최저주거기준을 상향하자는 주장이 계속되자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옆나라 일본은 1인가구 최저주거기준 면적을 25㎡(7.6평)로, 심지어 적정주거면적 기준은 40㎡(12.1평)로 규정하고 있다한다. 국민 대부분이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싱가포르는 면적을 법적으로 정해두진 않았지만, 공공임대주택의 가장 작은 면적이 23㎡(7평)이다. 영국 40.9㎡(12.3평), 미국 65㎡(19.7평)까진 비교하기도 어렵다.
이달 첫째주 월요일은 UN이 정한 ‘세계 주거의 날’이었다. 불평등과 재난 속에 주거권을 보장하라며 서울에서는 행진이 열리기도 했다.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권리, 주택의 적정한 가격과 부담가능성 등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이라면 보장받아야할 권리로써 주거권이 요구되고 있다. 적정한 면적에서 살아가야할 권리도 주거권의 하나로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