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혹한 시절에 의정비부터 올리나 본사 부회장 |
| 2022년 10월 19일(수) 19: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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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전체의 42.4%인 103곳 (광역의회 12곳, 기초의회 91곳)이 의정비를 동결했는데 올해는 9.5%인 23곳 (광역 4곳, 기초 19곳)만이 올리지 않았다. 자율성이 부여되자 오히려 동결 비율이 추락했다. 올해 광역·기초 포함 전체 지방의원 평균 의정비는 전년 대비 2.5% 인상됐다. 지난해 인상률 1.0%의 배가 넘는다.
광주·전남 대부분의 시·군·구 기초 지방자치단체들도 지방의원들의 의정비를 일제히 올린다고 한다. 광주·전남 광주 5개 자치구와 전남 22개 시·군 의정비 심의위가 2023~2026년 4년치 의정비 인상방안을 논의 중이다.
광주 5개 자치구 경우 모두 의정비 인상을 추진 중이다. 남구의정비심의위는 구의원 월정수당이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며 10% 인상을 의결했다. 광산구는 최대 20% 인상을 논의 중이다. 주민 의견을 물어 인상률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동구와 북구, 서구는 공무원 보수 인상률 1.4%만큼 올리기로 했다.
전남 역시 22개 시·군 중 14개 지자체가 의정비 인상을 결정했다. 나머지 8곳도 다른 지역 상황을 주시하는 등 눈치 싸움 중이다. 군세가 전국 최하위 수준인 곡성군의회는 군의원 월정수당을 9.5% 올리기로 했다. 인상이 확정되면 곡성군의원이 받는 의정비는 연 3194만원에서 3371만원으로 늘어난다. 여수시의회와 순천시의회는 내년 시의원 월정수당을 각각 13%, 8% 올리고 나머지 2024~2026년은 공무원 보수인상률을 적용하기로 했다. 목포시와 무안·해남·담양·함평·장성·영광·보성군 등은 공무원 보수인상률을 반영하기로 했고, 완도군은 1% 인상을 결정했다.
의정활동비와 의정수당으로 구성되는 지방의원 의정비는 의정비 심의위에서 의정수당 인상, 동결, 삭감 여부를 결정한다.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초과하려면 반드시 주민 여론조사를 거쳐야 한다.
기초의회 광역의회는 애초 무보수 명예직을 원칙으로 출범했다. 무턱대고 봉사하라고 할 순 없지만 광주전남의 경우 낮은 재정자립도를 고려한다면 인상은 엄두도 못낼 일이다. 더군다나 고물가·고금리·쌀값폭락 등 서민경제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은 인상을 지켜보는 지역민들은 마음은 매우 불편하다.
지방의원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구성된다. 의정활동비는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정해져 있지만, 월정수당은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증액·동결·삭감 여부를 결정한다. 월정수당은 지자체 재정 자립도·주민 수·지방 공무원 보수 인상률 등을 고려해 결정되는데,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초과해 인상하려면 주민 여론 조사 등을 거쳐야 한다.
이 어려운 시절에 왜 올리느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 수준인 이 지역 지자체 재정 형편을 고려한다면 말이 안되는 얘기다. 무슨 명목으로 인상했냐는 주민 물음에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 가뜩이나 3고(高) 여파로 인한 실질 소득 감소로 서민 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자영업자들의 줄도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출범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기초의회가 가장 먼저 의정비부터 올리는 것은 민생외면이다. 어느 정도 의정 활동에 매진한 뒤 그 성과를 되돌아보면서 주민 눈높이에 맞춰 내년부터나 서서히 올렸어야 한다.
얼마 지나지 않은 선거에서 대부분 의원들이 출마변에서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 봉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막상 의회에 들어와서는 밥그릇 먼저 챙기는 광경은 볼썽사납다. 한 푼이라도 더 올려 받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는 지역민들은 박탈감마저 느낀다.
본인들도 지역현장에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반적인 경제 사정이 어려졌다는 점을 확인했을 것이다. 지역민들이 의정비 인상으로 제몫 챙기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의원들의 모습을 마뜩잖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에 상응할 만큼 열심히 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의정 활동을 보여주지 않은 채 의정비만 올렸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의회 무용론의 역풍이 거세게 일어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일한 만큼 평가받는 것이 냉엄한 규칙이다. 주민들의 눈에 비친 기초의회의 활동을 겸허히 돌아보고 활약상에 걸맞은 의정비를 책정하는 게 순리다. 활동이 미약했다면 깎아 줄이는 데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이고 중요한 모든 의사를 결정하는 기관이다. 지방의회가 제대로 돌아가며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 중요한 기관인 만큼 지방의회가 부단한 연찬을 통해 스스로 연마해 지역사회발전에 크게 기여해야 한다.
그러나 1991년 풀뿌리 민주주의로 부활한 기초의회의 지난날을 되짚으면 주민 생활 속에 안착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기초의회 무용론도 좀체 사그라지지 않는다. 잊을 만하면 수준 미달이라는 지탄이 나올 만큼 격을 떨어뜨리는 행동들이 많았다. 개인 이익을 위해 집행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많고, 외유성 해외연수는 병폐처럼 낙인찍힌 지 오래됐다. 재출발 30년이 지나도록 의정비 인상 시기마다 주민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이유다.
어쩔 수 없이 의정비를 올렸다면 그에 맞는 노력과 땀을 흘려야 한다. 지역민은 보수 만큼 제 역할을 하는지 좀 더 꼼꼼하게 감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