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편적인 인권보장 체계를 위하여 / 이성대 |
| 2022년 10월 20일(목)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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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제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가치는 인권과 민주주의가 아닌가 한다. 아무리 권위주의 체제의 독재국가라 하더라도 헌법상으로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감히 부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흔히 인권을 중시하지 않는 것으로 눈총을 받고 있는 강경 이슬람주의 국가나 다원주의 정치질서를 인정하지 않는 권위주의 체제의 국가도 유엔에 가입돼 있는 한 구두선으로라도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국제사회의 기본 질서는 인권과 민주주의, 그중에서도 특히 인권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주주의는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치질서이며, 해당 국가의 정치 문화와 가치관에 따라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명칭을 붙이기도 한다. 또한 실질적인 독재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체제로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인권은 인류가 지향하고,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로서 그 정당성을 부여받고 있는 셈이다.
인권은 인간이 인간이라는 사실 그 자체로서 갖게 되는 기본적 권리를 말한다. 이것은 정치체제나 사회제도를 넘어서 부여되는 천부적 권리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권을 박해하는 자들과 세력은 역사상 무수히 존재해 왔으며, 현 시대에도 그 정도만 달리할 뿐 세계의 곳곳에서 인권을 억압하고 무시하는 자들이 널리 암약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의 국제적인 인권체계는 유엔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수천만 명으로 추정되는 인명이 살상된 전대미문의 피비린내 나는 세계대전의 산물이다. 특히 히틀러의 나치 당에 의해 저질러진 2차 세계대전 중의 조직적인 유대인 학살은 전후 인권보장 체계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유엔은 인권체제와 더불어 탄생했으며,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한 체제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유엔은 세계인권선언과 각종의 인권보장 규범을 통해 이를 명확히 하였으며, 국제적인 조약의 형태로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확충해 왔다.
국제사회는 1948년 10월 10일에 제정된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의 정신에 따라 각 대륙별로 인권체제의 확충을 위해 노력해 왔다. 유럽이 대표적이며, 북미와 중남미, 아프리카에서도 인권체제의 제도적 기반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진행돼 왔다. 대륙별 인권체제에서 가장 취약한 대륙은 의외로 아시아지역이다. 통상 인권 규범과 인권 집행기구, 인권 위반행위를 제재하는 인권재판소가 구비되어야 인권체제가 제대로 마련돼 있다고 말하지만 아시아 대륙만 유일하게 이런 인권체제를 구비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으며, 문화적, 종교적 스펙트럼도 가장 넓은 지역이다. 그 때문에 인권체제의 구축에 있어서도 단일한 체제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서아시아나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 등 하위 지역별로 인권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장애물에 부딪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0월은 인권행사가 많은 달이다. 지난 10월10일은 세계 인권선언 기념일이었다. 광주에서는 2011년부터 해마다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에 맞춰 세계인권도시포럼(World Human Rights Cities Forum)이 열리고 있는데 12회차를 맞는 올해도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기후위기와 인권이라는 주제로 열린 바 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지역에서 인권을 앞장서 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국가로서 이야기되고 있다. 소위 국제사회에서 G2, G3 국가라고 불리는 중국과 일본이 인권문제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치외교적, 역사적인 이유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가혹한 식민지 경험, 전쟁의 상처, 권위주의 군사 독재체제를 모두 이겨내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민중의 힘으로 아래로부터 쟁취한 국가로서 인권을 앞장서서 주도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국내외적으로 인권 규범에 기반을 둔 제도화와 실질적인 인권개선에 더욱 힘을 쏟음으로써 모범적인 인권존중국가로서 거듭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지역적으로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운 역사적 경험을 가진 광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