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스쿨존 불법행위 느는데 단속은 오히려 완화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전면금지’ 1년 단속 강화 이후 광주 전체 불법 주정차 4만7천550건 적발 2020·2019년 대비 각 70·41%↑…한시적 주정차 유명무실 지자체 단속 기준 제각각 시민 혼란…“제도 정착 노력해야” 안재영 기자

2022년 10월 20일(목) 20:39

21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 전면금지가 시행 1주년을 맞지만 현장은 여전히 불법 행위가 만연하고 있다. 사진은 20일 오후 찾은 광주 서구 화정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안재영 기자

21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 전면금지가 시행 1주년을 맞지만 광주시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불법 행위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 관할 자치구는 당초 전면 금지 취지와는 역행하는 ‘오락가락’ 행정을 펼쳐 도리어 시민들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광주시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1일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 전면금지 시행 이후 올해 9월까지 총 4만7천550건(▲광산구 2만5천144건 ▲북구 8천658건 ▲서구 5천731건 ▲동구 5천489건 ▲남구 2천528건 순)의 불법 주정차가 적발됐다.

이는 지난 2019년 3만3천709건(▲광산구 1만1천915건 ▲서구 7천399건 ▲북구 5천823건 ▲동구 4천435건 ▲남구 4천137건)과 2020년 2만7천861건(▲광산구 1만720건 ▲북구 5천65건 ▲서구 4천840건 ▲동구 4천474건 ▲남구 2천762건)보다 각각 41%(1만3천841건), 70%(1만9천689건) 상승한 수치다.

시행 이전 어린이보호구역 내 지정장소에 한해 주정차가 금지됐던 것과 달리 전체 구역이 단속 대상이 됐고, 주민신고제를 통해 안전신문고로 1분 이상의 주정차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불법 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이를 예방하고자 광주시는 지난해 말까지 유예기간을 운영해 제도 정착을 홍보하고 각 자치구는 어린이 통학 차량의 안전한 승·하차 등을 위해 어린이보호구역 내 한시적주정차 허용 구역을 광주경찰청과 함께 논의, 지정해왔다.

그 결과 ▲북구 11곳 ▲서구 5곳 ▲동구 2곳이 한시적 주정차 허용구역으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광산구와 남구에는 없다.

그러나 한시적 주정차 허용구역은 ‘유명무실’해질 전망이다.

지난 7월 광주시와 5개 자치구가 교통관련 부서 연석회의를 열고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단속 완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어린이 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과태료 부과 시간을 15분까지로 연장하기로 합의해 사실상 모든 구역에 정차가 가능해져 별도로 지정·운영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 지난 협의로 일부 자치구에선 평일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주말·공휴일엔 CCTV 단속을 하지 않게 된 점도 ‘어린이 교통안전을 제고하기 위해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의 정차 및 주차 금지 원칙을 확립한다’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당초 취지와 역행하고 있는 대목이다.

각 자치구마다 유예시간 운영이 다른 점도 문제로 꼽힌다. 실제 이날 5개 자치구에 문의해본 결과 일부 자치구는 지난 협의대로 유예시간을 운영하는가 한편, 다른 자치구는 과태료를 감면하는 방식을 취하는 등 ‘제각각’ 행정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학부모·시민단체 안팎에서는 “행정 당국이 빗발치는 민원에 ‘어린이 안전 확립’이라는 취지를 포기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녹색어머니회 관계자는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어린이보호구역 불법주정차 전면금지로 어린이사고 예방을 막겠다는 당초 취지가 역행하고 있다”며 “불법행위 예방과 어린이 안전을 위해서 각 지자체는 단속 규제를 완화할 것이 아니라 제도 정착에 더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