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의 캔버스 산책]일·점·속·섬

2022년 10월 23일(일) 18:52

‘물위를 긋다’

“지국총지국총 어사와”

고산 윤선도가 노래했던 어부사시사가 장도 스튜디오 창문 밖에 펼쳐져 있다. 하늘빛도 물빛도 수평선 위에서는 경계가 있다가도 없다. 하얀 화선지 위에 일 획을 긋는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 걸까?

갑자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떠오른다. 얼굴 윤곽선을 흐리게 표현하여 부드러운 효과를 나타내는 스토마토 기법과 배경을 흐릿하게 표현한 공기 원근법으로 인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공기는 물질과 에너지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할 때가 많다. 때론 액체이면서, 때로 기체가 되고, 때론 고체일 수 있는 물의 순환을 보며 나도 장도의 바다 빛과 하늘 빛이 한 몸임을 알아차린다.

재현에서 벗어난 ‘일 점 작업’은 모양 없는 모양이며, 구체적인 상이 아닌 색이다. 긋는 부분과 번지는 파장, 그리고 그 속에 존재하는 공기가 가시화되고 있을 뿐이다. 화선지 뒷면에 채색하여 색감이 화면 앞으로 은은하게 배어 나오게 하는 배채법은 물감의 변색을 막아주는 데 효과적이다. 그리고 마음의 안식을 주는 은은한 색상 효과를 살릴 수 있다.

물때에 따라 열렸다 닫히는 장도의 20평 남짓 되는 스튜디오에서 온종일 멍 때리며 하얀 화선지 위에 간간이 일 획을 긋는다. 화선지에 물을 뿌려 종이를 고정한 다음, 그 위에 일 획을 그을 때 온도나 습도, 긋는 나의 신체 행위에 따라서 다양한 표정이 나온다. 일 획의 명료함과 번짐 그 사이사이에 공기와 공기 방울들이 시각화되고 있다.

이 퍼포먼스는 농경 수목 민족의 DNA에서 연유한 걸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하는 여정은 매일 쓰는 그림일기처럼 날씨와 마음이 상호 작용하며 ‘일 획’을 통해 가시화되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물질에서 에너지로, 에너지에서 물질로 부유하며 안개에 쌓인 섬과 같다.

<장도에서 화가 강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