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굵어진 손 / 차상영

2022년 10월 23일(일) 19:02

저고리 옷깃 여미던 곱다란 새색씨 손
굵어진 마디마다 쉬고 싶은 하루의 끝에
손잔등
불룩한 핏줄
부채의 대오리다

도마질 뚝딱뚝딱 잔주름 늘어난 소리
새끼들 응석받이 다솜 같은 장단인가
어슬녘
녹슨 고단함
손끝에서 배어낸다
(시집 ‘시와 동백’, 고요아침, 2022.)

[시의 눈]

오늘은 저녁 밥상 앞에 아내의 고운 때깔 시절을 그려 봅니다. 그리 곱다란 새색씨 손이었지만 이제 세월의 더께로 암나사처럼 마디조차 굵어졌군요. 손잔등에도 어느덧 불룩불룩 핏줄이 부채의 댓살처럼 튀어나왔지요. 매일 고된 들녘에서 돌아온 아내의 어슬녘 도마질은 오늘도 장단을 맞춥니다. 채를 썰고 나박 오이를 버무리고 싱싱한 배추로 겉절이를 만듭니다. 그녀는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빠와 아이들에게 맛있게 차리랴, 부르랴, 먹이랴 분주합니다. 하루의 녹슨 고단함이 폭김치 복판을 써는 손끝에 묻어오기도 합니다. 칼끝 조심 접시에 담는 순간 하루 피곤은 눈녹듯 사라집니다. 매니큐어 대신 양념과 고춧가루가 칠해진 손톱이 아립니다만 그건 식구들이 즐길 무대 위에선 고와 보입니다. 차상영 시인은 광주에서 나 2018년 ‘시조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시 낭송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실을 바라보는 인식에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그 부활의 시학을 전개하는 옹골찬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