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세대 미만 공동주택 입주민 안전 ‘빨간불’ 조례 개정 품질점검 기준 150세대→300세대 이상 변경 입주예정자 잇단 민원에도 품질점검 없이 속속 준공 인가 강승희 기자

2022년 10월 23일(일) 19:55

사진출처=아이클릭아트

지난해 6월 ‘광주시 공동주택 품질점검단 운영 조례’ 일부개정·시행 이후 300세대 미만 공동주택은 품질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입주자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 부실 시공 등 입주자들의 민원에도 품질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시공사측의 시정 조치 없이도 준공인가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조례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3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시 공동주택 품질점검단 운영 조례’는 지난해 6월1일 일부개정·시행됐다. 이에 제8조 검수 범위가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150세대 이상으로 승강기가 설치된 공동주택 등에서 제8조(점검 대상) 300세대 이상으로 변경됐다.

해당 조례 개정은 상위 법령인 ‘주택법’ 개정으로 품질점검단 구성·운영 기준이 신설됨에 따라 조례 위임 사항인 점검대상·전유부분 표본 세대 규정을 통해 공동주택 품질점검단 운영을 내실화하기 위한 것이다. 상위법 시행령 53조 5항(품질점검단의 점검대상 및 점검방법 등)에 의해 300세대로 정해졌다.

품질점검단은 건축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아파트 입주민을 대신해 사용검사 전 전유부분과 공용부분 등 시공 상태를 점검하고 주요 결함·하자에 대한 시공자문 등을 수행한다.

광주시를 포함한 5개 자치구의 총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 건 중 300세대 미만은 ▲2018년 11건 중 6건 ▲2019년 21건 중 8건 ▲2020년 21건 중 12건 ▲2021년 10건 중 6건 ▲2022년 4건 중 1건이다.

8월 말 기준 광주지역에서 시공 중인 300세대 미만 아파트는 ▲동구 5개소 ▲서구 12개소 ▲남구 10개소 ▲북구 12개소로 총 39개소에 이른다.

현재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은 각 자치구에서 광주시로 품질 점검을 요청하면 입주자 사전방문 1-2주 뒤 ‘광주시 공동주택 품질점검단 운영 조례’에 의해 점검을 실시한 뒤 준공 인가를 받게 된다. 결과는 해당 구청으로 통보된다.

반면, 300세대 미만의 공동주택은 품질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주민 사전방문 뒤 바로 준공 인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300세대 미만 공동주택 입주자들의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실제 남구 방림동 소재 271세대 규모의 한 아파트는 지난 7월께 입주자 사전 방문 당시 시공 관련 공통 지적 사항들에 대한 시정 조치로 남구에 품질 점검을 요청했다. 하지만 조례 개정으로 품질 점검을 받지 못한 채 지난주 준공 인가를 받았다.

해당 아파트의 입주자 사전 방문 시 접수된 공통 민원은 협소한 베란다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보일러와 가까이 설치돼 화재 우려가 있는 점, 신발장 내부 단의 필름이 보이는 부분에만 부착돼 있어 합판 부분에 벌레가 서식할 수 있는 점, 거실 새시를 세게 닫을 시 내부 벽이 흔들리는 점 등이다.

입주 예정자 구모(42)씨는 “시공사에 신발장 내부 필름 부착 문제를 제기했지만 애초 시방서에 작성한 대로 진행됐다고 답했고 거실 새시를 세게 닫으면 내부 벽이 흔들리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준공 인가를 받았다”며 “층간소음 여부도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시공사는 규정에 맞게 지어졌다고 말할 뿐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신종혁 광주 남구의원은 “모든 정책은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정책이라면 이를 바로 잡아 주민 모두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300세대 미만 공동주택은 품질 점검을 받지 않고 있다”면서도 “관할 구청이 시에 요청을 한다면 자체적으로 위촉된 품질 점검 위원들과 이들에게 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세워진 예산을 활용해 품질 점검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