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지원 전액 삭감…존폐 위기 내몰린 ‘지역화폐’ 기획재정부 방침 확고·국회도 무관심…일선 지자체 촉각 국비 의존도 높은 광주·전남 발행액·할인율 축소 불가피 김재정 기자

2022년 10월 24일(월) 20:44

전남행복지역화폐. /전남도 제공

정부가 구매 시 할인 적용을 위한 국비 4% 지원을 사실상 없애기로 하면서 지역화폐가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가 지원 삭감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정치권은 대책 마련 등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비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광주·전남지역 지자체의 경우 국비 지원 폐지 시 내년 지역화폐 발행액·할인율 축소가 불가피해 지역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24일 전남도와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실 등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와 173개 기초자치단체의 지난해 지역화폐 예산 국비 의존도는 57.6%로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광주지역 지역화폐 관련 예산은 2019년 66억1천600만원, 2020년 612억3천600만원, 2021년 1천140억원, 2022년 964억4천만원이었으며 국비 지원액은 2019년 33억800만원(50%), 2020년 466억3천700만원(76.1%), 2021년 756억원(66.3%), 2022년 322억4천만원(33.4%)이다.

전남의 연도별 지역화폐 관련 예산은 2019년 66억4천800만원, 2020년 408억원, 2021년 637억원, 2022년 396억원이다. 국비 지원액은 2019년 44억3천200만원(66.6%), 2020년 64억원(15.6%), 2021년 572억원(89.7%), 2022년 291억원(73.4%)이다.

광주·전남 지역화폐 관련 예산 중 국비 비율은 2022년 광주, 2020년 전남을 제외하고 모두 절반을 훨씬 넘는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국비 지원이 대폭 줄어 국비 의존도도 다소 낮아졌다.

각 지자체는 현금 대신 지역화폐 활용을 유도하기 위해 지역화폐 교환·충전 시 1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화폐 관련 국비는 할인 혜택을 충당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 정부예산안에서 지역화폐 관련 국비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앞서 행정안전부가 지난 4월 실시한 지역화폐 발행 수요 조사 결과, 17개 시·도의 내년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26조9천98억원으로 예상된다.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지자체 예산만 2조9천98억원(10% 할인 기준)에 달한다.

그동안 정부가 4% 수준에서 국비를 지원했던 것을 감안할 때 윤석열 정부가 삭감한 내년 지역화폐 국비 예산은 1조원이 넘는 규모로 추정된다. 각 지자체가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음에도 별다른 협의없이 관련 국비가 사라진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지역화폐는 정책 효과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한정되는 지방자치단체 고유사무로 발행 규모·할인율은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구조’라는 점을 앞세워 국비 지원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국회 차원에서 지원 예산 편성을 요청할 방침이다. 전남지역의 경우 광양·담양·화순·강진 등 일부 시·군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자체가 발행액·할인율 축소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용혜인 의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한 정책이라는 이유로 코로나19 확산에 겹쳐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시대로 골목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시점에 지역화폐 등 민생 정책마저 후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용 의원은 또 “여야 모두 제대로 된 협의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고 기획재정부가 증액에 동의할 가능성도 적어 지역화폐 정책이 존폐 위기”라며 “지자체 또한 시도지사협의회 건의나 행정협의조정위원회 협의 신청하는 등 정부를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