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국비 상향 심의위 의결도 짓밟는 정부

2022년 10월 26일(수) 19:54

국가 시책에 따른 복지정책 등 국고보조사업 집행액이 커지고 지방비 매칭이 늘어나면서 지자체의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자체 사업비 비중은 2018년 50.6%에서 올해 44.8%로 줄어든 반면, 보조사업비는 49.4%에서 55.2%로 늘었다. 채무 규모는 2018년 24조5천억원에서 지난해 말 36조1천억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방재정법에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를 두고, 의결한 사항을 각 부처 장관 등에게 통보해 소관 사무에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국가보조율을 높여 자치단체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한 제도적 장치인데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난 8월 각 부처의 국고보조사업에 있어 국가 부담을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8건을 의결했지만, 이행은 단 1건에 불과했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소관 사업은 해당 부처 요구 예산안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예방 접종 예산 8천944억원의 경우 지방재정부담심의위를 통해 서울 30%, 지방 50%에서 서울 40%, 지방 60%로 조정됐지만 그 뿐이었다. 국토부의 이동 편의시설 설치 지원 500억원은 서울 30%에서 50%로 늘었으나 예산 편성조차 되지 못했다.

전국 자치단체들이 지역 특성에 맞는 자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힘든 상황임에도 중앙정부는 지방재정부담심의위 의결사항까지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지방재정 주무 부처 행정안전부 장관이 부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허울 뿐인 기구로 전락한 듯 하다. 법률상 준수해야 하는 의무 규정은 무용지물이 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광주 북을)은 “의결 결과가 반드시 이행되도록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각 부처에 강조하고 제도적으로 강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진정한 지방시대를 역설하고 있다. 국가 정책과 예산을 통해 진실한 마음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지방재정부담심의위가 실질적으로 역할할 수 있도록 위상부터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