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의 정치로 대동세상을 향해 날개치자 / 황일봉

2022년 10월 26일(수) 19:54

황일봉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

지난 주말 보수, 진보 집회로 대한민국이 갈라서는 분위기이다. 진보 집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각종 실정을 이유로, 보수쪽은 윤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집회를 열었다. 이재명 대표 측근들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고, 그 결과로 체포, 구속, 기소 등이 이어지면서 양측의 집회는 가열되는 분위기이다. 상황이 강대강으로 가다보니, 지지층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한 듯 하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국민들이 다시 갈라지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좌파와 우파의 갈등이 심하다. 단순한 갈등이라기보다는 어느 한 입장을 자인한 사람들은 각자의 성을 쌓고 요새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벌이다시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좌파와 우파는 국제적인 기준과는 좀 다르다. 좌·우파는 프랑스에서 발생한 것으로 1789년 혁명직후 소집된 국민회의에서 의장석에서 볼때 오른쪽에 왕당파가 앉았고 왼쪽에는 공화파가 앉았는데 그것이 각각 우파와 좌파의 기원이다. 정치적으로 우파는 점진적, 보수적 정파를 뜻하고 좌파는 급진적, 혁신적 정파를 뜻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와 같은 보편적 분류와 별도로 6·25전쟁과 남북의 분단을 거치면서 좌파는 공산주의 체제 신봉자, 우파는 자유주의 체제 신봉자라는 이분법이 생겼다. 특히 보수층에서는 좌파는 친북이라는 등식이 통용되고 있다. 우파 역시 독재, 친일 또는 미국적 자본주의 전파자들로 인권과 사회의 양극화를 만들어낸 장본인으로 비판받고 있다. 양쪽 모두는 국정을 균형있게 운영하기 위해서 더불어 존재해야 하는 양 팔이다. 마치 한 사람의 몸에 왼팔과 오른팔이 서로 보완하여 몸을 보전하고 돕기 위해 쓰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 두 손은 또한 서로 합력하여 타자를 돕는 경지로도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디지털 부족사회에 살고 있다. 위기감을 느끼는 집단은 부족주의로 후퇴하기 마련이다. 자기들끼리 똘똘 뭉치고, 더 폐쇄적, 방어적, 징벌적이 되며, 더욱 더 ‘우리 대 저들’의 관점으로 생각하게 된다. 상대보다 우리가 받는 박해와 차별과 억울함이 훨씬 큰데 무슨 소리냐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정치적 부족주의이다. 부족의 본능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부족의 동일시로 시작해 동일시로 끝이 난다.

흔히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로 지목되는 것은 주로 제왕적 대통령제, 양당제 구조,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이다. 이러한 국가 권력구조를 구성하는 기본제도들이 정치의 양극화를 심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만 되면 무소불위의 권력이 주어지므로 죽기 살기로 싸워 쟁취해야 하고, 국회는 여당과 제1야당 사이의 설전과 표 계산으로 환원되기 일쑤이므로 나머지 정당의 입지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또한 정당보조금 제도나 소선거구제 역시 거대 양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이므로 최선은 여당이 되는 것이고 차선은 제1야당이 되는 것이다.

마침 172석 거대 여당이 ‘다당제 연합정치’나 ‘국민통합 정치개혁’ 같은 화두를 던지고 있으니 한국 선거제도의 가장 비민주적 결함인 승자독식 관행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대선 기간을 지나며 시민들 사이에 결선투표제에 대한 공감대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보인다.

현재 양당은 당면한 과제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 코로나로 수 년째 국민이 어려운 상황은 물론 양극화도 더 심화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자원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 가운데 국내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 민생의제를 선점하는 정치세력이 국민의 마음을 얻을 것이다. 이념에 갇히지 않고 실용주의·실사구시 정신으로 국민 통합에 나서는 세력이 국민의 지지를 얻을 것이다.

한국정치는 이제 좌우를 떠나 통합의 정치로 나서야 한다. 약자를 대변했던 진보정당은 노동자의 고통분담을 위해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어야 할 것이고, 강자를 대변했던 보수우파는 공정과 정의 법치를 통한 편파적 서열 세우기를 타파해야 할 것이다. 시대의 부름을 받고 공정과 법치를 앞세워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역설한 윤석열 정부는 국가 안보와 나라의 이념적 정체성 회복을 강조하며 분열의 시대를 끝내고 통합의 시대를 여는데 혼신을 다하길 바란다.

윤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는 우리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철학”이라며 “그러므로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은 바로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42년전,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항거를 기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면서 “그 정신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대한민국의 귀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5·18민주화운동을 특정 지역과 정치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 통합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인권을 지켜내기 위한 저항의 역사다. 한국정치는 수십 년간 세력을 이용한 분열의 정치를 해 왔다. 특정 세대와 성별을 나눠 겨냥하는 갈라치기 정치적 행보는 득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국민 갈등만 키울 수 있다. 제주 4·3사건과 세월호 참사 역시 정치적 갈라치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건들이다. 새는 날기 위해서 두 날개를 번갈아 가면서 날아가는 것처럼 정치는 민생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