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사회, 고독문제를 행정하라

본사 부회장

2022년 10월 26일(수) 19:54

21세기의 가장 큰 변화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인 것 같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전 세계적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가들의 1인 가구 비율은 30~40%에 이르고 있다. 핀란드는 부부와 아이로 구성된 핵가족의 2배에 달하는 가구가 1인 가구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가구추계 전국편(2020~2050)’을 요약하면 ‘앞으로 국내 가구는 줄고, 늙고, 쪼개진다’는 것이다. 먼저 국내 총가구수는 2039년 정점(2387만가구)을 찍고, 2040년부터 감소세로 접어든다. 2050년에는 2284만9000가구로 정점보다 4.3%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가구원 수도 준다. 2020년 평균 가구원 수는 2.37명이지만, 2050년에는 1.91명까지 떨어진다. 가구당 평균 인원이 2명 미만인 셈이다. 고령 1인 가구도 대폭 는다. 65세 이상 1인 가구는 2020년 161만8000가구에서 2050년 467만1000가구로 거의 3배가 된다.

우리지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광주 1인 가구가 처음 20만 가구를 돌파하는 등 광주·전남 1인 가구 50만을 앞두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지역 1인 가구는 광주 21만 2000가구·전남 27만 4000가구 등 48만 6000가구로, 전년보다 8.0%(3만 6000가구) 증가했다. 광주 1인 가구는 전년과 비교하면 9.5%(1만 8000가구) 증가하면서 20만 가구를 돌파했다. 전남 1인 가구는 전년보다 6.8%(1만 7000가구) 늘었다. 지역 1인 가구를 연령대별로 보면 광주 1인 가구 5가구 중 2가구(38.6%·8만 2000가구)는 20~30대였으며, 전남 1인 가구 40.8%는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전남 독거노인 가구 비율은 지난 2000년 9.4%에서 지난해 13.6%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 비율은 지난 20년 동안 17개 시·도 가운데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인구변화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 현상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중앙 정부 뿐 아니라 시·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가 예의주시하면서 장기 전략에 대비해야 한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비혼과 저출산,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인구감소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가족이 해체되고 1인 가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전세계 국가들이 관리 대책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은 ‘고독전략’이다. 2018년 영국 정부는 세계 최초로 고독부를 신설했다. 고독이 고령자의 치매나 정신건강을 악화시키고 의료비를 늘릴 것이라는 강한 위기감 때문이었다.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로서 종을 분리하기 전부터 가족 단위의 공동생활을 했고, 그것이 다른 종에 비해 경쟁력을 가지고 진화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됐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삶의 형태로 1인 가구는 2인 이상 가구와 큰 차이가 있다. 주거 혹은 식생활 등에서 규모의 경제가 약하고, 범죄와 질병 등 비상시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정서상으로 고독 문제가 존재한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1인 가구 증가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가계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 삶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법과 세제 등 각종 제도는 여전히 가족 중심적이다. 사회제도는 개인과 가족 사이에서 중심을 못 잡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지역 단위 커뮤니티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단위 공동체가 가족의 공백을 메꾸지 못한 결과 저출산과 노인 빈곤 등 사회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이미 10년 전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 중 30%를 넘어섰다. 일본에서는 NHK 방송국 특별 취재팀에서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발간한 ‘무연사회’(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회)라는 책이 크나큰 반향을 일으켰다. 무연사회란 ‘인연이 느슨한 사회, 타인에게 흥미를 갖지 않는 사회’를 뜻하는 신조어다. 책에 따르면 1인 가구로 살면서 평생 미혼과 독신은 고독사, 즉 ‘무연사’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고독사는 사회안전망 너머의 이른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혼자 고독하게 살고, 이를 타인과 국가조차 알 수 없는 것이다.

가족 간의 유대가 끊기고, 사람 사이의 관계가 없는 방식이 늘어나는 일본의 무연사회 현상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우리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인 가구의 증가에 있어 가장 큰 난관은 노년기다. 앞으로 국가는 노년 시기 피할 수 없는 지병과 그에 따른 의료비, 돌봄 서비스에 붙는 비용은 어마어마한 지출을 하게 될 것이다.

1인 가구의 핵심 문제는 ‘빈곤’과 ‘사회적 고립’이다. 1인 가구 10명 중 7~8명이 200만원 미만의 소득계층이며 취업자의 과반수가 서비스직과 판매직 등 블루칼라 직업군이다. 광주·전남 지자체가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돌봄’을 중요한 이슈로 대두시켜야 하는 이유다. 비자발적 1인 가구로서의 청년, 여성, 장년층, 노인 등은 빈곤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함께 고립감 혹은 거리감에 대한 사회적 지원책이 절실하다.

우선 광주·전남 모든 지자체는 1인 가구 지원 전담조직을 신설해야 한다. 혼자 사는 삶에 만족할 수 있는 특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1인 가구들이 실질적으로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 불편 등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안전, 주거, 건강, 외로움, 빈곤·일자리 등 꼭 필요한 분야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복지정책을 유기적·종합적으로 연계해 1인 가구가 광주·전남에서 살아가는데 어려움은 줄이고 좀 더 편하고 행복하게 생활하도록 창의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1인 가구는 지속기간이 길어질수록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이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1인 가구들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복지를 누리고, 하루하루 불편하지 않게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은 행정이 해야 할 기본 자세요 책임이다. 지역사회도 1인 가구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조화롭게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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