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난장]궁금증이 이끄는대로 가다보면 / 이현 |
| 2022년 10월 27일(목) 19: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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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궁금증 때문에 핀잔도 들었고 재미난 일도 많았다. 어릴 적, 할아버지와 함께 이웃 마을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을 때도 그랬다.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이웃 마을을 처음으로 가는 만큼 마음이 설렜다. 궁금한 것도 많았다. 이웃 마을이 어떻게 생겼을 지가 궁금했고, 누가 살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가는 길에 보이는 크고 작은 돌멩이도 신기했다. 딱히 달라 보이지 않으면서도 왠지 다를 것 같은 느낌에 길을 걷다 말고 길에 앉아 돌멩이를 집어 들어 이리저리 살피기를 반복했다. 길가에 늘어 서 있는 나무들도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가보는 이웃 마을을 향한 길인만큼, 모든 게 새롭고 궁금해 한 걸음 걷다 말고 걸음을 멈추고 보고 또 살피기를 반복했다. 하늘이 파란 것도 갑자기 더 궁금해졌고, 바람이 불어와 자꾸만 치맛자락을 날리는 것도 궁금했다. “할아버지, 돌멩이 집은 어디에요? 바람은 왜 안 보여요?” 할아버지와 함께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궁금증이 쏟아졌고, 궁금한 만큼이나 끝없는 질문들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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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우리 손녀가 뭐가 될라나 궁금한 것도 참 많다며 기분 좋게 껄껄껄 웃으시며 답해 주시던 할아버지도, 어느 사이 긴 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드셨다. 급기야는 “도대체 너는 뭐가 그렇게 궁금하냐?” 며 화를 내시는데, 나는 또 그게 궁금했다. 궁금해서 물어 본 것 뿐 인데 왜 화를 내시는 건지 알 수 없어 가슴만 답답했다. 더 이상 물어봤다가는 이웃 마을 구경은커녕,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 입을 꼭 다문 채 걸음만 옮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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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는 뭐가 있는 걸까?”
책 읽기의 시작도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만날 책을 읽어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도 궁금했지만, 방 안 곳곳에 앉아 열심히 책 읽기를 하고 있는 오빠, 언니, 동생들을 볼 때마다 궁금했다. ‘도대체 책 속에 뭐가 있기에, 저렇게 열심히 책을 읽는 걸까? 내가 모르는 신기한 세계라도 있는 걸까?’ 책도 안 읽고 만날 밖으로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놀기만 하면 머릿속이 텅 비게 될 거라는 말에도 입만 한 번 삐죽이던 나였지만, 궁금증이 발동하니 참을 수 없었다. 이왕이면 집에 있는 책 중에서 가장 크고 두꺼운 책을 골라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찾아낸 ‘건강백과사전’은 말 그대로 신비의 세계였다. 우리 몸의 구조를 시작으로 목감기에 걸렸을 때는 파뿌리가 좋다는 민간요법에, 체했을 때마다 엄마가 해 주시던 손가락 끝에서 피 빼는 방법까지.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들이 들어 있어 놀랐고, 이제는 더 이상 눈치 보며 궁금한 것들을 물어 볼 필요 없이 책을 찾아 읽으면 될 것 같아 신이 났다. 그 길로 학교 도서관을 찾아가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모조리 읽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해져 도서관을 나설 때마다 가슴이 뿌듯했다. 내 안에 뭔가가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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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큰 상이요!”
나주공공도서관을 통해 라온초등학교 4학년 5반 학생들과 함께 하는 ‘2022년 학교 연계 독서인문 프로그램 정보활용교육’ 시간. 정보활용교육의 교육목표와 지도방침으로 시작한 학생들과의 만남은 낯설음에서 시작된 밝음이었다. 학교에 오는 길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수 없이 만나게 되는 일상의 정보들에 대한 생각 나누기를 통해 정보의 주관적 관점과 객관적 관점을 나누었고, 오감을 통한 정보 찾기와 나의 생각 발표하기를 통해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의 시작은 마음임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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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은 내 안의 정보를 상장으로 만들어 발표하기 시간에는 너도 나도 “저요! 저요!” 야단이 났다. 큰 목소리 덕분에 어디서든 자신의 의견을 마음대로 전달 할 수 있어 만들었다는 ‘목소리 큰상’을 시작으로, 글씨 잘 쓰는 상, 춤 잘 추는 상, 잘 웃는 상, 축구 잘하는 상, 잠 잘 자는 상, 발표 잘하는 상…. 끝없이 이어지는 학생들의 외침에 내 안 가득 따스함이 피어올랐다. 다음 시간에 진행할 NIE(신문활용교육)에 대한 설명을 호기심 가득 눈으로 바라봐주는 눈빛에 가슴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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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엔, 내 안의 씨앗들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싶다.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난 궁금증 덕분에 핀잔도 듣고 눈치도 봤지만, 책을 읽고 글도 쓸 수 있게 된 것처럼, 우리 안에 자리하고 있는 각각의 씨앗들도 싹을 틔웠으면 좋겠다. 아주 작은 씨앗이 자라 잎이 자라고 열매를 맺는 것처럼, 우리 안에 자리한 크고 작은 씨앗들에게 눈길 한 번 진하게 주었으면 좋겠다. 이 가을, 나에게 힘이 되는 상장 하나 만들어 붙여 놓고 말이다.